퇴임사
2010.02.16 14:28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로서 법원행정처장의 소임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먼저 법원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큰 과오 없이 30여년의 법관생활과 2년간의 법원행정처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신 여러분의 변함없는 협조와 성원, 헌신적인 도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사법행정의 책임을 맡아 처장직을 수행하였던 지난 2년간의 기간은 저에게는 매우 귀하고 소중한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법부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아끼지 않으시는 각급법원의 법원장님들을 비롯한 모든 법관․직원들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온 몸을 바쳐 사법행정에 헌신하는 법원행정처의 법관․직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법부의 미래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연구하고, 궁리하고, 고민하면서 보낸 지난 2년을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법원행정처장직을 그만 둔다고 생각하니, 솔직하게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는 홀가분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용훈 대법원장님을 보좌하여 새로운 사법철학을 전파하고 사법 역사의 한 장을 써나가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고서도 능력부족으로 사법부 내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친애하는 법원가족 여러분!
지난 2년간은 저나 여러분 모두에게 새로 취임하신 대법원장님을 모시고『국민을 섬기는 법원』,『국민과 함께 하는 법원』이라는 기치 아래 진정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종래에도 우리는 꾸준히 소송제도 정비와 사법절차 운영의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화되었던 것은, 법원이 국민과 사이에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은 대법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이 법정 중심의 심리를 정착시키고 민원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법원과 국민 사이의 의사를 원활히 소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기 위해 땀방울을 흘려온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아니하여 참으로 알찬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원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법원 밖에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이제 저는 떠납니다만, 그에 앞서 사법부 가족 여러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법원행정처장의 지시가 아니고, 사법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선배 법조인이 하는 이야기라 생각하시고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우리 사법부 구성원들은 보다 넓고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의 주요 국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우리나라 사법부의 위상 또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법률제도의 우수한 점을 배우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제는 우리의 사법제도를 배워 가려는 나라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점에 선 우리 사법부 구성원들은 과거의 협소한 시각을 과감히 탈피하여야 합니다. 우리 사법제도와 사법개혁의 성과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되, 세계 각국의 우수사례를 수집하여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합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벗어나 세계 각 국의 모범적인 제도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우리 법체계에 녹여 냄으로써 우리나라 고유의 사법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다시 널리 세계에 전파하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각자의 역량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법부 구성원들은 항상 연구하고 필요한 지식의 축적에 노력하는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보화 사회,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에 따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조직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재판 업무는 적정한 결론을 위하여 사회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고 관련 지식을 폭 넓게 축적할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과거의 관행에 얽매어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리고 만다면 어떠한 국민도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요 사건의 적시 처리, 양형의 균형 및 화이트컬러 범죄의 엄정한 양형, 전문심리위원제도의 도입 등 급격한 사회변화에 사법부가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최근의 노력들에 우리는 주목하고 그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사법부 구성원들이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생성하고 이를 활발히 공유하며 토론하는 사법부의 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합니다. 사법부 구성원들이 생성한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축적하여 이를 내, 외부의 수요자에게 적기에 공급하는 체계를 반드시 수립함으로써 우리 사법부의 역량을 강화함은 물론 국민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재판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법부의 존립기반은 국민의 신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최근 사법부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획기적으로 상승되지 아니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현재 노력하고 있는 구술심리, 공판중심주의, 민원 혁신, 사법 홍보 강화 등의 일들은 모두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 형성을 그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가 단기간 내에 성취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나 최근 사법부의 변화를 보면 아주 요원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재판,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사법부를 위하여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국민의 신뢰라는 반석 위에 사법부가 굳건히 서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법원가족 여러분!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법원행정처장이라는 중책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사법부 가족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이 베풀어 주셨던 은혜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우리 사법부의 앞날에 영원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그리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7. 12. 20.
법원행정처장 장 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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