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2017.04.28 12:48

우민거사 조회 수:668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살찌게 한다는 곡우(穀雨)가 지난 주(20일)에 지났다.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요새 며칠은 보통수준을 유지하고,

날씨 또한 화창하여 전형적인 봄날이다.

벚꽃과 개나리가 진 자리를 연산홍과 철쭉 등이 대신하여 산야(山野)는 여전히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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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하여 물을 가득 채운 논에서

봄의 또 다른 전령인 개구리가 초저녁부터 목청을 돋우더니,

그 개구리가 잠들려는 듯 조용해져 더불어 자리에 누우려 하자,

이번에는 수탉이 울어 노옹(老翁)을 뜰로 불러낸다.

그러자 어디선가 도화(복사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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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말해 주는 많은 꽃 중에서 붉은 도화(복사꽃)를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 충주의 감곡 근처를 지나는데

지천으로 핀 복사꽃을 보느라 잠시 넋을 잃을 뻔하였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꽃은 언제 보아도 참으로 요염하다.

그래서 오랜 세월 많은 시인 묵객의 동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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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가 지난 잠 못 이루는 밤에 그런 시 중에서 하나를 골라 보았다.

 

谷口桃花發(곡구도화발)
南隣照眼明(남린조안명)
詩人隨意往(시인수의왕)
春鳥得時鳴(춘조득시명)
世路年年改(세로연년개)
天機日日生(천기일일생)
晩風吹白髮(만풍취백발)
川上不勝情(천상불승정)

 

골짜기 어귀에 복사꽃 만발하니
앞마을 이웃들의 눈이 부시네.
시인은 맘 내키는 대로 길을 가고
봄새는 제철 만난 듯 지저귄다.
세상 일이 매년 이리저리 바뀌어도
천기(天機)는 매일같이 되살아나네.
저녁 바람이 흰 머리에 불어오자
냇가에서 마음을 가누지 못하누나.

 

조선 영조 때의 시인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지은 시이다.

 

복사꽃이 눈부시게 활짝 핀 세상에 누군들 산으로 들로 꽃구경 가고 싶지 않으랴.
촌부가 사는 마을에도 복사꽃이 피어 무릉도원이다.
들뜬 기분을 못 이겨 발길 가는 대로 꽃구경을 나서자
제철을 만난 새들이 흥겹게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사가 험하게 변해가든 말든 
자연의 생명은 아랑곳없이 활기차게 되살아난다.
종일토록 꽃구경 다니다 날이 저물어 냇가에서 들녘을 바라보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흰 머리카락이 날린다.  
불현듯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
​

봄날의 활기가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때 초로가 된 시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정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복사꽃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뿐만 아니라 역술가에게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남자든 여자든 사주에 도화살(桃花煞)이 끼면 과도한 성욕으로 재앙을 당하게 된다고 한다.

도화살이 낀 여자는 얼굴이 홍조를 띤다는 속설이 있고,

이런 여자는 한 남자로는 음욕을 채우지 못하여 여러 번 개가하게 되며,

이런 여자를 만난 남자는 몸이 쇠약하여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사주에 도화살이 낀 남자는 호색하는 성질이 있어

주색(酒色)으로 집안을 망하게 한다고 한다.

옹녀와 변강쇠가 바로 이들에 해당하지 않을는지.  
​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오늘날에는 도화살을 옛날처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성의 주목을 끌고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긍정적 요소로 여기며,

특히 특유의 끼가 있어야 대성할 수 있다고 믿는 연예인들에게는

사주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도화살에 관한 생각은 자유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으로 갑자기 치러지게 된 대통령 선거에 무려 14명이나 되는 후보자가 나선 것도

다 그들의 생각이 자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그들 중 누구에게 투표를 하든 자유이다. 
다만, 국민의 그 자유로운 투표가 현명한 결과로 이어져,

목하 대내외적 환경이 험난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에

무릉도원이 활짝 펼쳐지길 기대한다면 연목구어일까.

초로의 촌부 가슴은 왜 이리 답답한 것일까.

말 그대로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이다.

 

정유년 곡우지제에

금당천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