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半香初(다반향초)
2018.12.09 10:39
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
추사가 쓴 글씨로 인해 널리 알려진 禪詩이다. 이 시의 작자가 송나라의 황정견(黃庭堅. 1045-1105)이라는 견해도 유력하게 주장되지만, 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정설이다.
글씨체는 전서(篆書).
이 싯귀 중 특히 茶半香初(다반향초)는 인사동의 웬만한 찻집에 가면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선시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지에 관하여는 온갖 설이 분분하다.
갖가지 해석 중에서도
'고요하게 앉은 자리, 차를 절반쯤은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이다. 오묘한 작용이 일어나는 시간, 물은 절로 흘러가고 꽃은 홀로 피고 있다'
라는 해석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에 한양대학교의 정민 교수는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이 시는 윗줄과 아랫줄의 靜坐處와 妙用時, 茶·香과 水·花가 서로 對句로 되어 있어, 여기서 香은 ‘차의 향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불에 태우는 향’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결국 이 시는
고요한 곳에 앉아 차를 마시다 향을 피우니
신묘한 기운 가운데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비 하나가 산속의 조용한 정자에서 향을 사르고 차를 마시면서 앉아있는데, 그 옆의 시내에서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2017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