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雪滿山(적설만산)
2018.12.23 20:41
積雪滿山 江氷欄干(적설만산 강빙난간)
指下春風 乃見天心(지하춘풍 내견천심)
산에는 온통 눈이 수북하고 강에는 얼음이 난간을 이루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 부니 하늘의 뜻을 알겠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묵란도(墨蘭圖. 보물 1983호)의 화제(畫題)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흐르면 끝나게 마련인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자연과 삶의 이치이건만, 때로는 그런 단순한 진리가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불현듯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떨고, 덩달아 기승을 부리는 독감으로 인해 뭇 중생이 몸살을 앓을 때는 겨울이 언제나 지나가나 하고 애꿎게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손톱 밑에 찾아온 봄의 전령에서 계절의 변화를 문득 느끼게 된다. 소매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부드러움에서 미미하나마 봄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추사체의 글씨 못지않게 추사 김정희가 이루어 놓은 예술적 업적의 중요한 한 부분이 묵란도이다. 묵란도는 추사의 회화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그림은 짧은 잎에 꽃대 하나에 한 송이 꽃만 피는 춘란을 묘사했다.
범부는 그림보다는 화제에 더 관심이 가는지라, 그림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대신 https://lhscan.blog.me/220455359692 참조.
*2012년 작
큰개부랄풀꽃이 피어 있든데
옷 벗고 핸펀 갖고 오기 구찮아 약을 싹 뿌리고 말았네여.
야생에서 토끼한테 뜯어 먹히고 찬바람에 모질게 자란듯한 추사 춘란을 보니 갑자기 제초제 뿌린 거이 후회가 됩니다.
바싹 마른 잔디밭 귀퉁이에 봄이 와 있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