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懷(서회)
2019.09.20 16:08
處獨居閒絶往還(처독거한절왕환)
只呼明月照孤寒(지호명월조고한)
憑君莫問生涯事(빙군막문생애사)
萬頃烟波數疊山(만경연파수첩산)
홀로 한가하게 살아가니 왕래가 끊기고
단지 밝은 달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대여 나에게 세상일을 묻지 마오
안개 짙은 첩첩 산중에서 살고 있다오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 김굉필(金宏弼. 1454 ~ 1504 )이 지은 시 '書懷(서회)'이다.
김굉필은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고, 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나자 평안도 희천에 유배되었는데, 그곳에서 조광조(趙光祖)를 만나 학문을 전수하였다. 1504년 갑자사화(甲子士禍) 때 극형에 처해졌다.
김광필이 이 시를 지은 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용으로 보아 그가 유배생활을 할 때 짓지는 않았을까...
시인은 깊은 산중에서 홀로 산다. 당연히 찾아오는 이 하나 없다.
그래서 하늘의 달만 쳐다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런데 어쩌다 찾아온 객이 근황을 묻고 세상일을 의논하고자 한다.
그러자 시인은 답한다.
그런 건 나에게 묻지 마시게, 안개 짙은 첩첩산중에서 다 잊고 산다네.
*2019년 작 (제30회 대한민국서법예술대전 초대작가전 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