驪江迷懷(여강미회)
2019.09.27 14:24
天地無涯生有涯(천지무애생유애)
浩然歸去欲何之(호연귀거하욕지)
驪江一曲山如畵(여강일곡산여화)
半似丹靑半似詩(반사단청반사시)
천지는 가이 없으나 삶에는 끝이 있어
이젠 돌아가고픈 마음 간절한데 어디로 갈거나.
여강(驪江)의 한 굽이 산이 마치 그림 같아
절반은 수채화 같고 절반은 시와 같네.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지은 시 ‘驪江迷懷(여강미회)’이다.
가없는 천지에서 덧없는 인생들이 살다 간다.
이제 마치고 돌아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여강(신륵사 앞 여주를 흐르는 남한강)의 한 구비를 배를 타고 지나가는데, 눈 앞에 펼쳐진 강산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시(詩) 같기도 하다.
그래! 애써 먼 길을 둘러 찾을 것 없다.
나그네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데, 자연은 이 정도면 어떠냐고 보여주질 않는가.
이 세상 살다 가는 것이 결국은 떠돌이 삶일진대, 고향을 따지고 인연을 물을 것이 무엇이랴.
세월은 백대를 지나가는 과객이요, 천지는 만물이 깃들어 쉬는 여관이다.
내 예서 머물다 가리라.
*2019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