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문(blue moon)
2020.11.01 10:23
어느새 2020년 10월의 마지막날이다.
추석, 한로(寒露), 상강(霜降)이 다 지났으니 가을이 다 간 거나 진배없다.
더구나 1주일 후면 입동(立冬) 아닌가.
황금빛을 자랑하던 들녘에는 추수를 끝낸 잔해만 앙상하다.
금당천에도 낮아진 기온으로 안개가 짙게 끼고
여름내 무성했던 갈대가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 위로 빛나는 태양이 왠지 처연한 느낌이 드는 것은
보는 이의 심사가 그래서인가.
이처럼 풍요의 계절이 가고 상풍(霜楓)이 삭풍(朔風)으로 변할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지만,
그래도 아직은 만추의 끝자락이 남아 있다.
한반도에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미치고 있지 않은가.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했던가,
풍상(風霜)이 섞어 칠수록 고고한 모습을 홀로 뽐내는 국화가
자칫 쓸쓸해질 수 있는 촌부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
울안에 국화를 심기를 잘했다.
오랫동안 암중모색하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공개적으로 일합(一合)을 겨루더니,
급기야 평검사들이 집단으로 법무부 장관에 반기를 드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미명 하에 조자룡 헌 칼 쓰듯 인사권, 감찰권, 지휘권을 휘둘러 댈 때
물밑에서 끓고 있던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마침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조만간 ‘검란(檢亂)’이 일어날 듯하다..
이런 사태를 애당초 야기한 법무부 장관더러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검사들더러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해야 하나.
해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정 최고책임자는 말이 없다.
연작(燕雀)이 어찌 홍곡(鴻鵠)의 뜻을 알리오마는
이이제이(以夷制夷) 후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수순은 아니려나.
한낱 촌부는 앞으로의 추이가 궁금할 따름이다.
마침 블루문(blue moon)이 떴다.
지난 1일(추석)에 이어서 한 달 내에 두 번째로 보름달이 뜬 것이다.
우리는 보름달을 보면 반갑고 풍요를 떠올린다,
그러니 그런 보름달이 한달에 두 번이나 뜨면 더욱 좋아할 일이다.
그렇지만 서양사람들은 다르다.
[10월 1일에 뜬 보름달]
[10월 31일에 뜬 보름달]
서양사람들은,
보름달이 한 달에 한 번 뜨는 게 정상인데 두 번이나 뜨는 것은 비정상이니,
이는 '배신(belewe. betrayer의 고어)'으로서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blue moon'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암울한 색인 푸른색에 연결지어 그렇게 부른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절묘하게도 터키에서 지진이 일어나서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시국이 시국이라서 그런가,
블루문(blue moon)을 서양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왠지 께름칙하다.
역사책을 보면 달과 별을 보며 길흉화복을 점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촌부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래서,
밤이 깊을 대로 깊었건만,
오상고절(傲霜孤節)의 국화를 다시 찾아 상념에 잠긴다.
경자년 10월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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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로운 일이 생기고
국운도 융성해지겠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