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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루시건)

 

 

만나기도 어렵더니 이별 또한 어려워라

봄바람이 무기력해 지니 온갖 꽃이 다 시든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 토하길 끝내고

촛불은 다 타서 재가 되어야 촛농이 다 마른다네

 

중국 만당()의 시인 이상(李商隱. 813~858)의 시 '무제(無題)'의 앞 부분이다.

 

글씨체는 행서

 

이상은은 젊은 시절 곡절 많은 애정생활을 하여 그 정황을 자세히 밝히기를 꺼렸고, 그래서 제목을 붙이지 않는 애정시가 더러 있는데, 이 시도 그 중의 하나로 이별과 그로 인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루시건)

曉鏡但愁雲鬢改(효경단수운빈개)

夜吟應覺月光寒(야음응각월광한)

蓬萊此去無多路(봉래차거무다로)

靑鳥殷勤爲深看(청조은근위탐간)

 

 

만나기도 어렵더니 이별 또한 어려워라

봄바람은 무기력하여 온갖 꽃이 다 시든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을 토하길 다하고

촛불은 다 타서 재가 되어야 촛농이 마른다네

새벽녘 거울 보며 머리카락 변했음에 한숨 쉬고

밤에 시를 읊조리며 달빛이 차가움을 깨닫는다

봉래산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파랑새야살며시 찾아가 소식 전해 주려무나.

 

시인은,

1,2련에서는 이별의 슬픔을 말하고,

3,4련에서는 봄누에와 촛불을 통해 이별 후 그리움의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를 말하고 있다.

봄누에는 죽어야만 실 토하기를 끝낼 수 있듯이

나도 이 몸이 죽어야만 임 향한 그리움을 그만둘 수 있고,

촛불이 꺼져야만 촛농이 흐르는 것을 멈추듯이,

내 목숨이 다해야만 임 그리는 눈물을 그만둘 수 있다는,

아주 애절하고 절실한 그리움을

고도의 비유적 수사를 사용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5,6련에서는 이미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마음마저 서늘해져 움츠러들게 하는 달빛을 걱정하면서도, 7,8련에서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봉래산이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파랑새가 잘 살펴서 임의 소식을 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봉래산과 파랑새가 전설 속의 존재인지라,

이 희망 역시 절망속에서 나온 몸부림에 지나지 않아

그 그리움의 깊이를 더욱 느끼게 한다.

 

***2022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