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세상은 아름답다

2022.12.25 12:40

우민거사 조회 수:205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마지막 일요일이자 크리스마스이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도일 정도로 금당천 동장군(冬將軍)의 위세가 당당하다.

북아메리카에는 기온이 영하 50도 밑으로 떨어진 곳도 있다 하니,

그에 비하면 이곳의 추위는 양반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이 자초한 기상이변(氣象異變)이 철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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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주 들어 계속 매섭게 이어지는 강추위로 주위가 온통 얼어붙었다.

종로 탑골공원을 찾는 노인분들께 지난 14일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방한(防寒)용품을 나눠드렸는데, 그날도 영하 14도의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방한(防寒)을 하려다 피한(被寒)을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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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성탄절 전날(크리스마스 이브)로 하필이면 토요일인데다,

기온이 여전히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통에

원각사 무료급식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명절+주말+강추위=3중고(三重苦)!

이쯤 되면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배식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배고픔에는 휴일이 없기에' 원각사 무료급식은 1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행해지고,

그 급식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3중고(三重苦)가 되면 급식을 해야 할 자원봉사자의 발걸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손 부족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개인사업으로 바쁜(목하 연말 대목 철이다) 지인(知人)께 어려운 부탁을 드려 함께 급식소에 갔다.

(이분은 기꺼이 동참하시면서, 그에 더하여 별도로 자비를 들여 백설기와 단백질 음료를 400인분이나 준비하셨다.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막상 급식소에 도착해 보니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13명의 자원봉사자!

모두가 하나같이 촌부와 같은 마음으로 오신 분들이다.

심지어 아들과 며느리를 대동하고 오신 분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인도 사람도 한 분 오셨다.

급식을 진행하는 동안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녹이는 따뜻한 인정에 오히려 추위를 잊었다.

 

그래, 세상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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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강추위를 녹이는 무지렁이 백성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훈훈한 인정이 샘솟건만,

눈을 돌려 배부르고 등 따신 나랏님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백성들의 힘든 삶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일신의 영달과 안녕에 매몰되어 정쟁(政爭)으로 지새면서,

무려 638조 원이나 되는 새해 예산을 역대 최장 지각의 기록을 세우며 겨우 통과시키는 모습이라니...,

그것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의 마당에 내몰린 반도체산업 지원은 정작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거의 외면하고, 소위 실세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나 부풀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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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들판을 갈 때는 함부로 걸음을 내딛지 말라고 했다.

뒤에 오는 사람이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후 새 정부의 첫 예산을 이렇게 하면 앞으로는 어찌할 건가.

일개 촌노(村老)의 걱정이 한낱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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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모름지기 발걸음을 함부로 옮기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Blessed Christmas)-6-캐....mp3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