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잠꼬대

2023.06.24 22:39

우민거사 조회 수:190

 

사흘 전이 하지(夏至)이고 이틀 전이 단오(端午)였다.

여름이 깊어가면서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0도를 오르내린다.

일기예보를 보면 올여름은 특히 덥고 비도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한다.

그 바람에 천중지가절(天中之佳節)이라는 단오가 무더위에 묻혀버려 모르는 사이 지나가 버렸다.

내일(6/25)을 기점으로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되어, 

시간당 30mm 이상의 호우(豪雨)가 내릴 모양이다.

그런데 수도권은 말 그대로 태풍전야이다.

오히려 장마 시작 직전의 바람 한 점 없이 찌는 더위에 산천초목이 널브러질 지경이다.

 

8월의 킬리만자로 정상 등정 산행이 이제는 코앞에 다가온지라,

그에 대비한 체력단련을 위해 아침 일찍 청계산을 올랐는데(옛골-->이수봉-->망경대-->혈읍재-->옛골), 그나마 바람이 있는 능선길을 제외하면 대부분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걸었다.

워낙 더워서일까,

주말이면 앞 사람 엉덩이만 보고 걸어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청계산이건만,

오늘은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다 마주치는 등산객이 반가울 정도이다.

 

청계산1.jpg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발걸음을 금당천으로 돌렸다.

무더위에 산행을 하여 다소 지치기는 했지만,

한여름인지라 여차하면 전원(田園)이 장무(將蕪)할 판이라 여유가 없다.

풋고추는 한창 열리는 반면, 상추는 반 이상이 녹아버렸다.

울 안의 장미꽃은 이미 50% 이상 졌다. 반면 백합은 이제부터 피기 시작한다.

봉선화나 칸나는 더 기다려야 한다. 연꽃도 마찬가지다.

 

청계산3.jpg

 

한여름은 더운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 순리에 맞게 꽃들도 피고 진다

장미가 피었다 지고, 백합이 피고, 봉선화와 칸나가 그 뒤를 잊고...

 

물론 비닐하우스 온실을 이용하면 1년 내내 원하는 꽃을 피우고,

또 그것을 상품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억지춘양일 뿐이다.

그렇게 피운 꽃의 향이 어찌 노지(露地)에서 제철에 맞게 핀 꽃을 따라가랴.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철 과일이 아닌 과일을 먹듯이, 제철 꽃이 아닌 꽃을 찾는다.

거기에 대고 자연의 순리 운운하는 것은 이른바 꼰대의 잠꼬대로 치부될 뿐이다.

상식과 비상식이 엉켜버린 세태에서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의대 진학 준비반을 만드는 사설학원들 이야기가 전해져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더니,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불거져 이번 기회에 읽어본 대입 수능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은 정말 가관이다.

촌부는 도대체 답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아무리 읽어보아도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촌부야 지식이 일천하여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교수도 고3 수험생을 지도하는 교사조차도 풀 수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여 놓고 수험생더러 풀라고 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그런 문제를 풀려면 학원을 다니라고 수험생들을 학원가로 내모는 게 올바른 교육인가.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에 피어야 아름답고,

장미와 백합은 여름에 피어야 제대로 된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

그게 순리다.

초등학생을 의대진학반으로 유인하고,

대입 수능생을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일타강사가 위세를 떨치는 학원가로 내모는 것은

그야말로 순리를 한참 벗어난 비교육적 현상의 극치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서 칼을 빼들었다고 하는데,

제발 성공하길 기대한다.

하다못해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하지 않을까.

소위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번 기회에 일망타진하여,

그런 괴물이 우리 사회에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 하게 하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꼰대의 잠꼬대'라도 좋다.

 

한여름은 더운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한 여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mp3 (한 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한 여한 여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