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산인(金堂散人)

2024.02.17 22:10

우민거사 조회 수:160

 

모레가 우수(雨水)이다. 

대동강물은 우수에 풀린다지만, 한강은 진즉에 풀렸다.

우수를 앞두고 새벽엔 다소 쌀쌀한 듯했으나, 낮은 완연한 봄날이었다. 

 

오늘 그 따스한 봄빛을 맞으며 세종의 변호사들과 북악산을 올랐다.

법원을 떠나 세종에 새로 합류하는 변호사들을 환영하는 산행을 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바로 이즈음 같은 성격의 산행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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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은 이제껏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올랐지만,

오늘 산행이 특히 의미가 있었던 것은 청와대를 거쳐서 올랐기 때문이다. 

삼청동 금융연수원 바로 맞은편에서 시작된 산행길은 적어도 청와대 영향권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은 포장되어 있거나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그 길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식수한 나무들이 있다.

청와대전망대에서는 청와대의 넓은 경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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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이루어진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갈리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지만,

이 넓고 아름다운 청와대를 시민의 품에 돌려준 것은 정녕 칭찬받을 일이다.

러시아의 크레믈린궁조차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정작 우리나라 청와대는 구중궁궐이었으니,

그 깊숙한 곳에서 혼밥하던 집주인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른 채 선문답이나 하면서 지냈다 한들 이상할 게 없다. 

 

이제는 대통령실이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벗어나 시내 한복판 용산으로 갔으니,

바라건대,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귀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살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이끌어가면 좋겠다.

옛날 왕조시대의 임금들도 현군(賢君)은 백성의 삶을 살피는데 진력하였거늘,

하물며 오늘날 자유민주국가의 대통령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잘못이 있으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이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면 이는 실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심을 얻는 것은 어려워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북악산의 동쪽 삼청동에서 시작한 산행을 산을 넘어가 서쪽 부암동의 ‘자하손만두’ 집에서 마무리하고 금당천으로 내려왔다.

산과 들에 찾아온 봄기운이 촌노를 반김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북녘으로 가려는지 떼를 지어 나는 오리떼가 작별을 고하는 듯하다.

때맞춰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서 역시 인사를 한다.

오리는 초겨울이나 되어야 다시 오지만, 해는 내일 또 오마고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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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落鴨飛春滿川(일락압비춘만천)이런가,

해는 지고 오리 나는데 봄기운이 금당천에 가득하다.

언제 보아도 안락한 정경이다. 

여유로움 속에 자유와 평화가 있다.

그 정경이 그리워 촌노는 주말마다 이곳으로 발길을 돌려 유유자적 거닌다.

때로는 판소리를 흥얼거리며 미음완보(微吟緩步)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촌노는 자가발전의 금당산인(金堂散人)이  된다.       

          

01-비발디 - 사계 중 봄_ 알레그로.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