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막도 있네

 

   20248월에 이어 2년 만에 56일 일정으로 몽골을 다시 찾았다. 2년 전에는 수도 울란바토르를 기준으로 북쪽의 테를지국립공원과 흡수골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울란바토르의 남쪽에 있는 고비사막(Gobi Desert)이 목적지이다.

 

   고비사막은 몽골과 중국의 국경에 걸쳐 있다. 동서로 1,500km, 남북으로 800km에 이르는 면적 1295km²의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 이 사막의 40%가 몽골에 속하고, 60%는 중국에 속한다. 몽골 국토의 약 3분의 1(=51km²)이 고비사막이다.

    몽골어 고비는 사막 또는 황무지를 뜻한다. 사막이라고 하면 보통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떠올리지만, 몽골의 고비사막은 대부분 지역이 자갈이나 암석지대로 이루어져 있고, 모래사막은 5%에 불과하다(중국의 고비사막은 모래사막의 비율이 15% 정도 된다). 몽골 고비사막 중 대표적인 모래사막은 후술하는 홍고린엘스(Khongoryn Els)로 길이가 약 180km 정도 된다. 몽골 최대의 사구(砂丘) 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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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사막은 겨울에는 영하 30, 여름에는 영상 40도를 넘나들고, 중앙부는 강수량이 연간 25~50mm 정도밖에 안 된다. 지금은 이처럼 척박한 땅이지만,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척박한 땅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주로 봄철과 겨울철에 이곳에서 황사가 발생하여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의 하늘을 뒤덮는 일이 발생하며, 심지어 하와이까지도 날아간다. 그래서 황사의 발생을 줄이려고 뒤에서 보듯이 모래사막에 나무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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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2.(인천공항->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국제공항->바가가즐린촐로)

 

   몽골행 대한항공의 출발 예정 시각이 오전 810분인지라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 오전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트레킹 고정멤버인 히말라야산우회의 회원들 외에 울산의 이덕식님과 창원의 이명수님이 먼저 와 계셨다. 이덕식님은 그리스 여행 때 만나 알게 되어 그 후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로, 해외 트레킹은 이번에 처음 함께하게 되었다. 이명수님은 이덕식님의 제안에 따라 함께 오셨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말에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을 위해 대한항공을 타러 왔을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탑승권을 받고 짐을 부치려면 모두 이른바 셀프 체크인(Self Check-In)’을 해야 했다. 다소 당황스러웠다. 마일리지 적립도 직접 해야 한다.

   하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하는 방법도 어려워 근처에 있는 대한항공 직원한테 물으니 무성의에 불친절이 도를 넘는다. 귀찮다는 듯한 태도다. 아시아나와의 합병으로 경쟁자가 없어져 배가 부르다는 건가, 그동안 비행기는 비싸더라도 가능하면 국적기를 이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촌부의 생각을 이제는 재고할 때가 되었나 보다.

 

    오전 855분이 되어서야 이륙한 비행기가 3시간 만에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현지 시각 오전 1055. 한국보다 1시간 늦다). 몽골은 그만큼 가까운 곳이다. 그 사이 리모델링을 했는지 공항의 내부 모습이 2년 전과 달라졌다. 인파도 훨씬 붐빈다

 

고비1.jpg[칭기스칸 국제공항의 내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지 가이드 자야(N. Zaya)님의 안내로 공항청사를 나와 가이드 포함 일행 8명이 승합차 두 대에 나눠타고 곧바로 첫 트레킹 지역인 바가가즐린촐로(Baga Gazlin Chuluu)로 이동했다.

   2년 전 테를지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도 그랬지만, 몽골이 한국에서 가깝다 보니 도착한 당일에 곧바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게 몽골 트레킹의 장점이다.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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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란바토르 공항 자체가 초원지대에 건설되어 있기도 하지만, 공항을 나서면 차창에 이내 초원지대가 펼쳐지고, 그 초원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양, , 말들이 나그네를 반긴다. 끝 모를 지평선과 셀 수 없이 많은 가축들! 몽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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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하면 가이드 자야님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후 얼마 되지 않아 마주하게 되는 가이없는 황무지가 드디어 고비사막에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앞서 간 차들이 남긴 바큇자국이 곧 길인 곳을 내비게이션도 없는 차가 한없이 달려간다. 잘 닦인 길과 곳곳에 표지판이 있는 신작로(고속도로든 일반국도든)만 다니던 객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다. 지평선만 보이는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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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평원을 달리던 차가 산악지대로 들어선다. 길이 워낙 험해 이리 뒤뚱 저리 뒤뚱하며 고갯길을 오르는데, 굴러가는 게 용하다 싶다. 결국은 오후 4시에 고개를 다 내려가 초원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에서 선도차의 바퀴에 펑크가 났다. 다행히 예비 타이어가 있어 교체하고 1시간을 더 달려 오후 5시에 바가가즐린촐로(Baga Gazlin Chuluu)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화강암의 바위산(최고 높이 해발 1,768m) 지대이다. ‘바가가즐린촐로라는 이름 자체가 '작은 바위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넓은 초원 한가운데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며, 풍화작용으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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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관광지인 만큼 요금을 받는 입구가 있고, 그곳에서 대략 1시간에 걸쳐 암반지대의 협곡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빙 돌아서 초원지대를 지나 원점 회귀했다. 고비사막은 암석사막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사막에서의 첫 트레킹으로 바위산을 오르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초입(해발 1,570m)에 들어서면 몽골 불교와 관련된 사원 유적지가 나오고, 이곳에서 협곡 정상(해발 1,648m)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초원과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져 몽골 특유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데, 기암괴석과 암벽 협곡이 특히 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금소에서 반대편 산기슭으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역시 암반지대에 있는 동굴이 하나 나온다. 위에서 언급한 유적지와 더불어 승려들이 불교 탄압을 피해 숨어서 수행하던 장소로 추정된다. 동굴 입구는 높이가 높아 들어가기 쉬운데, 이내 낮아져 몸을 숙여야 들어갈 수 있어 단념하고 나왔다. 이 동굴도 바가가즐린촐로의 관광명소 중 하나라고 하는데, 사막에 있다는 의미를 빼면 동굴 자체로는 평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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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7.jpg[사원 유적지와 동굴]

 

    암반지대 트레킹을 끝내고 게르 캠프에 도착하니 오후 6시다. 이 캠프는 넓은 초원 위에 덩그러니 홀로 자리하고 있다. 이미 사전에 언질을 받긴 했지만, 테를지국립공원의 게르와는 달리 역시 이곳의 게르는 시설이 열악하다.

    내부는 많이 낡았고, 출입문이 낮아 들락거리다 머리를 몇 번 찧었다. 난방시설도 없는데, 다행히 그저 쌀쌀한 정도일 뿐 춥지는 않았다. 그나마 뷔페식 저녁식사가 먹을 만했고, 공동샤워실에 커다란 목욕수건을 비치해 둔 것이 좋았다.

 

    고비사막에 오면 한밤중에 별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안 보였고, 외로운 가로등만이 한양나그네를 비춰 주었다. 인천공항에 일찍 도착하느라 새벽부터 설친 후 이국땅 사막에 와 쉴 새 없이 돌아다닌 피로가 몰려와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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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9.jpg[바가가즐린촐로의 게르 캠프]

 

2026. 7. 3.(바가가즐린촐로->차강소브라가->달란자드가드)

 

    새벽 530분에 일어났다. 시차가 서울보다 한 시간 늦은 데 불과하여 수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르 밖으로 나오니 맑은 하늘에 반달이 반긴다. 7시에 뷔페식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차에 올랐다.

    남쪽의 목적지인 차강소브르가(Tsagaan Suvarga)까지는 차로 4시간 걸린다. 가는 도중에 만달고비의 대형마트에 들러 과일과 음료를 구입했다. 후술하듯이 이제 식당에 채소는 귀하지 않은데 과일은 여전히 귀한 까닭이다.

 

    4시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정했던 차강소브라가가 나오질 않고 사막만 끝없이 이어진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사면을 둘러보아도 광활한 황무지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그 풍광이 멋지기는 한데, 왠지 불안하다. 이정표도 없는 사막에 버려져 고립된 느낌마저 든다. 맙소사, 운전기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과 씨름하더니 방향을 잘못 잡았다며 차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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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10.jpg[황무지 광야에서]

  

    비록 예정보다 2시간 더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차강소브라가의 인근에 있는 게르 캠프에 무사히 도착했다. 점심식사가 예정된 곳이다. 음식 중에 고기가 많은 수프야 전형적인 몽골음식다운데, 뜻밖에도 토마토, 오이, 상추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가 나그네의 눈을 크게 뜨게 했다. 의아해했더니 가이드가 요새는 몽골의 사막에서도 비닐하우스를 지어 이런 야채를 재배한다고 한다. 놀라운 발전이다. 그래서인지 이후의 식사 때마다 대부분 신선한 야채를 접할 수 있었다.

  20260703_141418.jpg[사막 한가운데의 야채 샐러드]

  

    식사를 마친 후 인근의 차강소브라가로 갔다. 울란바토르에서 약 420km 남쪽에 있는 차강소브라가는 몽골어로 '하얀 탑(White Stupa)'이라는 뜻이며, 고비사막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절벽이 마치 흰색 불탑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고, 별명이 '몽골의 그랜드캐년'이다. 절벽의 높이는 30~60m, 길이는 400m 정도이다.

    오래전 옛날에 이 지역이 바다였을 때 쌓인 퇴적층이 융기한 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침식 작용으로 현재의 절벽과 그 사이의 협곡이 만들어졌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퇴적층을 볼 수 있다.

 

고비13.jpg[차강소브라가 전경]

 

     오후 315분에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해발 1,220m). 단순 관광객들은 미국의 그랜드캐년처럼 절벽 위의 고원지대까지 차를 타고 가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보통인데, 촌부 일행은 명색이 트레커들인 만큼 바닥에서부터 걸어 올라갔다. 대신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정상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고비14.jpg[절벽을 오르는 길]

 

    정상(해발 1,360m)은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굽이굽이 돌아 완만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표고차 140m를 올라가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정상의 고원지대는 역시 광활한 사막이다. 고비사막에 특유한 쌍봉낙타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직 절벽의 한 곳에 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내지만, 촌부는 다행히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절벽 끝에 섰는데, 오금이 약간 저리긴 했다. 특히 절벽 끝에 걸터앉았다가 일어나려니 다리가 휘청거렸다. 시 한 수를 읊어본다.

 

고비사막 멋지단 말 진즉에 들었고녀

소브라가 높은 절벽 멋지고도 놀라워라

그 위의 저 나그네 낙락유객(落落遊客)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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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의 고원지대 사막 한가운데에 간이휴게소가 하나 있다. 시원한 음료를 파는 곳인데, 밖에 크게 걸려 있는 메뉴판이 한글로 되어 있다(밑에 영어를 병기). 이곳에 한국인들이 얼미나 많이 오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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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17.jpg[간이휴게소와 한글 메뉴판]

 

    이곳에서 주스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서두르며 차에 빨리 타란다. 가이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모래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급히 차를 타고 출발한 지 5분도 안 되어 거대한 모래폭풍이 차를 덮쳤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 차가 한동안 전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차를 안 탔으면 생으로 그 폭풍 속에 휘말릴 뻔했다. 10분 정도 지나서야 시야가 다시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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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19.jpg[모래폭풍과 차 안에서 창 밖으로 본 모습]

 

    모래폭풍에서 벗어나 2시간 달려 달란자드가드(Dalanzadgad)로 이동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540km 떨어져 있는 이 도시(해발 1,470m)는 옴느고비(Ömnögovi)주의 주도(州都)이다. 인구가 3만 명 정도 되어 몽골에서는 꽤 큰 도시에 속한다.

    공항이 있어 울란바토르를 오가는 국내선 정기 항공편이 있고, 이곳에서 차강소브라가, 욜린암, 홍고린엘스, 바얀작 등 고비사막의 명소들로 차편이 연결될 만큼, 고비사막 탐험의 관문 역할을 한다. 때문에 도시 주변의 도로는 일정 구간 포장이 되어 있고, 도시 내의 도로변 거리 풍경도 제법 구색을 갖추었다.

    도시 내부에는 고비사막에서 발굴된의 공룡 화석 등 유물과 유목민의 역사 및 문화 자료를 전시하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대략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석탄 탄광이 있어 사막에서는 드물게 돈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날은 저녁 8시는 되어서야 이곳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한식당(상호 : 연아)에서 갈비찜과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인 칸울(Khan Uul)호텔로 바로 갔다. 박물관은 뒤에서 보듯이 후일에 들르게 된다.

    칸울호텔은 별 세 개의 6층짜리 호텔로서, 달란자드가드에서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호텔이다. 그러나 별 세 개의 호텔이 외관만 그럴싸했지 내부시설은 거의 여관 수준이었다. 녹슨 샤워기에서는 더운물이 나오나 싶더니 이내 끊기고, 찬물마저 쫄쫄거리는 통에 샤워하는 데 20분이 걸렸다. 게다가 방에는 에어컨이 없이 달랑 선풍기만 한 대 놓여 있다. 사막 한가운데의 도시에서 무엇을 바라랴 싶었지만, 게르만도 못한 시설이 어쩔 수 없이 객의 수심(愁心)을 자아내게 하는 것을 어쩌랴

 고비20.jpg[칸울 호텔]

 

2026. 7. 4.(달란자드가드->욜린암->홍고린엘스)

 

    오전에는 욜린암을, 오후에는 홍고린엘스를 걷어야 해서 바쁜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로 예정된 식사 전까지 호텔 밖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상 19도의 선선한 날씨가 간밤의 불편했던 잠자리를 보상해 준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거리에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황량한 사막이지만 도심 안에는 녹지가 꽤 있다. 열악한 호텔에 걸맞게 아침 뷔페 식사 음식은 간단하지만, 스리랑카의 유명한 딜마(Dilmah) 홍차가 객의 입과 코를 즐겁게 해주었다.

 

    오전 8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30분 정도 포장도로를 달리면 다시 비포장의 사막길이 나오고, 그 길을 30분 정도 더 가면 욜린암(Yolyn Am. Vulture Valley) 입구이다.

     달란자드가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있는 욜린암은 몽골 최대의 국립공원인 고비 구르반사이한 국립공원(Gobi Gurvansaikhan National Park)’에 있는 협곡이다. 좁은 계곡의 양쪽으로 높이 솟은 절벽이 이어진다.

    욜린암은 몽골어로 '수염독수리(Yol)의 계곡(Am)'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거대하고 험준한 암벽 협곡 사이를 수염독수리가 날아다니는 장엄한 풍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암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산양도 볼 수 있다.

    고비사막은 여름에 40도를 육박할 정도로 뜨겁지만, 욜린암 협곡 깊숙한 곳은 해가 들지 않아 겨울에 얼었던 두꺼운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과거에는 일 년 내내 얼음이 녹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늦여름(7~8)에는 얼음이 많이 녹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입구(해발 2,210m)에서부터 협곡 안쪽까지 푸른 초원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거대한 바위 절벽이 계속된다. 보통 왕복 2시간 정도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 좋고, 입구에 말 대여소가 있어 돈을 내면 말을 타고 협곡 입구까지 갈 수도 있다. 직접 타보지는 않았지만, 마부가 말을 천천히 몰고 가기 때문에 안전해 보인다.

 

고비21.jpg[욜린암 초입]

 

    오전 9시에 입구의 주차장에서 내려 계곡으로 들어가는데, 초입의 초원지대에서는 시원하더니 계곡이 깊어질수록 한기가 온몸을 급습하였다.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가이드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설마 춥기까지 하랴 싶어 얇은 티셔츠를 입고 나섰다가 후회막급이었다.

200m가 넘는 절벽 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눈부신 풍경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협곡 안으로 들어갈수록 햇빛이 차단되고 강풍이 불어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다행히 일행인 이덕식님이 여벌로 가져온 긴팔 바람막이 옷을 빌려줘 겨우 추위를 면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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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곡 안으로 들어갈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그에 비례하여 물살이 빨라진다. 계곡의 폭이 몇 미터 안 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대개 경사진 바윗길이라 미끄러워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황당 비슷하게 돌을 쌓아 놓은 곳도 있는데, 가이드가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게 해 달라고 빌었다.

 

    촌부는 후미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하는 바람에 천천히 가는 사이에, 앞서간 박재송님이 계곡의 얼음과 산 위의 산양을 사진찍어 왔다. 촌부도 뒤늦게라도 그곳까지 가고 싶었지만, 가이드가 일정이 지체되었다고 재촉하여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고비24.jpg[계곡의 얼음]

 

고비25.jpg[산양]

 

    욜린암을 2시간 걷고 나와(왕복 5km) 다음 목적지인 홍고린엘스로 향했다(서쪽으로 130km). 도중에 12시 반에 바얀달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돼지불고기와 김치를 곁들인 흰 쌀밥이 먹을 만했다(김치는 가이드가 준비해 왔다).

 

    식사 후 오후 120분에 출발하여 1시간 30분 정도 포장도로를 달리다가 다시 황무지로 접어들었고, 이후 2시간 정도 더 달리자 완전한 모래사막이 나타났다. 모래 위로 용케도 차가 잘 달린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막에 바퀴가 빠져 꼼짝 못 하고 있는 차가 보였다. 촌부의 차에 선을 연결하여 그 차를 구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촌부 일행 차 중 선도차의 에어컨이 작동을 안 한다. 모래가 에어컨에 들어가 고장이 난 것이다. 그 차에 탔던 일행까지 우리 차에 옮겨타고 홍고린엘스의 게르 캠프에 도착하니 저녁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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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26-1.jpg[모래사막과 모래 속에 빠진 차]

 고비28.jpg[홍고린엘스의 게르 캠프]

 

    홍고린엘스(Khongoryn Els)는 고비사막에 있는 가장 유명한 모래사막 지대로, 별명이 노래하는 모래언덕(Singing Dunes)’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모래가 진동하면서 비행기 엔진 소리 혹은 파이프오르간 같은 웅장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총길이는 180km에 이르고, 폭은 3~27km이다, 표고차 최고는 300m 정도 되어 그 앞에 서면 거대한 모래 성벽을 마주한 듯한 압도감을 느낀다. 일몰 무렵에 정상에 오르면 사막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어, 고비사막 탐험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중의 하나로 뽑혔다.

    모래언덕은 낮에는 모래가 너무 뜨거워 걷기 힘들다. 그래서 늦은 오후에 올라가 해가 질 무렵 모래언덕이 붉고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을 감상하는 것이 홍고린엘스의 꽃이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모래언덕의 경사가 만만치 않아 이를 오르는 데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천천히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고비30.jpg[모래언덕]

 

    다소 이른 시각이었지만 인근의 모래언덕으로 다시 이동해서 일몰을 보아야 하는 까닭에 게르 캠프에서 서둘러 저녁식사를 한 후 잠깐 휴식을 취하다 저녁 7시에 캠프를 출발했다. 모래언덕 밑의 주차장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렸고, 저녁 8시에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래가 워낙 고운데다 뜨겁지 않아 맨발로 오르는 것이 편하다. 신발이나 양말을 신으면 그 안으로 모래가 들어가 불편하다.

 

    그런데 여기서 시간 계산에 오류가 생겼다. 모래언덕 아래 주차장(해발 1,300m)에서 정상(해발 1,520m)까지 40분이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그렇게 움직인 것인데, 막상 올라보니 1시간 넘게 걸렸다. 모래가 워낙 가늘어 발이 푹푹 빠지는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빨리 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힘이 좋아 빨리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40분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일몰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1시간 30분 전에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게르 캠프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로 630분에는 출발해야 했다. 아니면 모래언덕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게르에서 묵든지 해야 한다.

 

    그리고 올라갈 때는 걸어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썰매를 타고 내려올 양으로 썰매(눈썰매와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올라갔지만(썰매는 여행사에서 준비했다), 모래가 고와서 미끄러지질 않아 그냥 도로 가지고 내려오느라 괜히 짐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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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 악전고투 끝에 힘들여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이미 넘어가고 붉은 기운만 남은 상태였다. 최소한 10분만 빨랐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붉은 기운이 남아 있는 모래언덕의 아름다운 능선이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으로 올라온 반대편에도 드넓은 사막이 펼쳐진다.

     지는 해의 노을 아래 아련히 빛나는 하얀 모래언덕의 정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비사막을 탐험할 요량이면 오후 늦게 홍고린엘스의 모래언덕을 꼭 올라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다만 시간도 늦어 점점 어두워지는데 데다 정상에는 세찬 바람이 더 많이 불어서 오래 있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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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29-1.jpg[홍고린엘스의 일몰]

 

    게르 캠프로 돌아오니 밤이 깊었다. 이곳의 게르에는 게르마다 내부에 샤워장이 있다. 귓속까지 들어간 모래를 씻어내느라 샤워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11시에 게르 전체가 소등을 하여 온 사방이 깜깜해지자 오히려 하늘의 별이 쏟아졌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그런데 잠시 후에 동쪽 하늘에서 뭔가 붉은 게 올라와서 벌써 해가 뜨나 해서 의아했다. 자세히 보니 달이 떠오르고 있다. 사막 위로 떠오르는 달은 처음 보았다.

 고비32.jpg[사막에 뜨는 달]

 

    이덕식님의 게르에 모여서 랜턴을 켜고 전날 만달고비의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던 보드카와 컵라면으로 파티를 즐겼다. 깊은 밤 사막 한가운데서 하는 파티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2026. 7. 5.(홍고린엘스->바얀작)

 

    새벽 5시에 일어나 게르 문밖으로 나오니 영상 16도의 시원한 날씨가 반긴다. 게르 캠프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며 해가 솟아오른다. 전날의 일몰과 월출, 그리고 이날 새벽의 일출이 3박자로 한양에서 온 객을 즐겁게 한다. 귀찮다는 생각을 떨치고 신발끈을 조여 매고 길을 나선 나그네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고비33.jpg[홍고린엘스 게르 캠프의 일출]

 

    7시에 뷔페식 아침식사를 한 후 게르 캠프 바로 인근에 있는 낙타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모래언덕 바로 옆으로 홍고린골(Khongoryn Gol)이라는 작은 강이 흐르는데, 유목민들이 키우는 쌍봉낙타를 타고 그 강을 따라 1시간 넘게 사막을 거닐었다. 물론 유목민들이 고삐를 잡고 안내한다.

 

    낙타가 높아 처음에는 겁이 약간 났는데, 쌍봉 사이에 얹은 안장이 의외로 편해 이내 안정되었다. 낙타가 순해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몽골 유목민들은 "낙타도 기쁘고 슬프며,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말한다.

    2014214일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몽골고원 2- 낙타의 노래에는, 어미 낙타가 출산 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끼가 젖을 못 먹게 하는데, 낙타 주인이 마두금을 연주해 소리를 들려 주자 어미가 눈물을 흘리며 새끼를 받아들여 젖을 먹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낙타가 인간의 음악에 공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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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35.jpg[황야의 무법자들?]

 

     낙타 체험을 끝내고 오전 1020분 게르 캠프를 출발하여 1시간 20분 동안 광야를 달려 불간(Bulgan)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27번가라는 식당에 마련된 점심식사 메뉴는 몽골의 전통 국수와 고기계란볶음이다. 국수는 고깃국물과 면이 각각 따로 나와 면을 국물에 넣어서 먹는다. 먹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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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37.jpg[27번가 식당과 전통 국수]

 

   점심식사 후 다시 1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4시가 다 된 시각에 바얀작의 게르캠프(고비투어 캠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리 일행이 투숙할 장소로 분명히 사전에 게르 3개를 예약하였는데, 이날 캠프에 단체 여행객이 몰려들자 캠프측에서 일방적으로 우리가 예약한 게르를 캠프 안에 있는 로지 2개와 예비용 게르 1개(이 게르는 시설이 너무 허술한 게 직원 숙소나 창고로 쓰는 곳 같았다)로 변경한 것이다. 그것도 로지는 게르보다 좋고 값도 비싼 것이라고 생색을 내면서.

    다른 게르들과는 달리 번호도 없는 예비용 게르에 들어가길 거부하자 로지 하나를 새로 배정해 주었는데, 평소 사용을 안 했는지 벌레들이 득실거렸다. 샤워실의 물도 나오지 않아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물이 나오게 조치해 주었다. 몽골인들의 순박한 심성에 먹칠을 하는 이런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번 여행 중 그야말로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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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얀작의 게르 캠프와 로지]

 

    바얀작(Bayanzag)은 세계적인 공룡 화석 산지로, 해 질 녘 노을을 받으면 절벽 전체가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빛을 띠어 '불타는 절벽(Flaming Cliffs)'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해가 지기 1~2시간 전부터 일몰 직후까지의 시간대에 가는 것이 좋다.

 

    이곳은 공룡 화석과 붉은 절벽, 고비사막 특유의 풍경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몽골 최고의 자연유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백만 년 동안 바람과 비에 깎여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붉은 사암이 어우러져 기묘하고 웅장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1922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 탐험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 후 다양한 공룡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백악기 시대(1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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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얀작'이라는 이름은 몽골어로 '삭사울(Saxaul) 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절벽 아래 사막 지대에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사막 식물인 삭사울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껍질이 두꺼워 수분을 저장한다. 고비사막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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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41.jpg[삭사울나무 숲

 

    게르 캠프에 짐을 풀고 바로 차로 트레킹 지점으로 이동했다. 오후 530분에 트레킹을 시작하는 지점에 도착하니 삭사울나무의 숲이 바로 있다. 사막화 방지의 방편으로 심은 것이다. 식재 후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까지 3년 동안은 물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얀작의 붉은 절벽 하부(해발 1,200m)까지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몸을 내맡긴 채 사막을 1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절벽 위(해발 1,270m)로 올라서면 다시 광활한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장관을 감상하며 걷는다. 3시간 정도 걸리는데, 풍광이 워낙 멋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히려 가이드가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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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가 줄지어 있는 고원이며(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까 인공 조형물이었다), 석양 아래 그야말로 불타는 절벽이며,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며 그 모든 것이 나그네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 낙타 모습의 바위 저편으로는 지평선이 수평선으로 보일 정도로 완연한 바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루가 보이는 것이다어찌 시 한 수가 없을쏘.

 

    바얀작 좋다더니 정말로 그러하네

    불타는 절벽 위에 광활한 사막이라

    석양에 찾은 객을 신기루가 반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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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49.jpg[바얀작의 이모저모]

 

고비51.jpg[낙타바위 뒤의 사막이 마치 바다처럼 보인다]

 

    불타는 절벽을 따라 걷다가 그중 한 곳에서 모처럼 판소리 사철가를 불렀다.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 생전의 일배주만도 못하느리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어간다"

사진을 찍던 이덕식 님이 눈물을 흘리시는 통에 순간 당황했다.

 고비52-1.jpg[절벽 위에서 사철가를 부르다]

 

    저녁 820분에 게르 캠프로 돌아왔다. 저녁노을이 짙게 깔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캠프에서 뒤늦게 하는 저녁식사는 이번에도 소고기 요리다. 참으로 고기를 많이도 먹는다. 식사 후 이날도 이덕식님의 로지에 모여 고량주와 컵라면으로 하루를 돌아보며 긴 일정을 마무리했다.

 

2026. 7. 6.(바얀작->달란자드가드->만달고비)

 

    사흘 전에 하룻밤 묵었던 달란자드가드(바얀작에서 동쪽으로 100km)를 거쳐 만달고비로 돌아가는 날이다. 달란자드가드에서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행사 없이 종일 이동하는 일정이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캠프 주위를 거닐며 사막의 일출풍경을 마지막으로 감상한 후 7시에 식사를 하고 9시에 출발했다.

 

    지평선만 보이는 채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달리고 또 달리기를 1시간 30여 분, 달란자드가드가 멀리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호숫가에 자리한 도시가 보인 것이다. 심지어 호수에는 건물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다. 이 사막에 웬 호반의 도시가 있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웃으면서 가서 직접 보란다.

 

    도시(달란자드가드)에 가까이 가자, 맙소사! 그 호수와 호수에 비쳤던 그림자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촌부의 눈에 들어왔던 호반의 도시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6년 전에 백내장 수술을 한 눈이라 잘못 보았나 싶어 사진을 찍어 놓았는데, 그 사진에도 호수와 그림자가 나와 있으니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결국 신기루였던 것이다.

 

고비54.jpg[신기루 : 호반의 도시]

 

    오전 11시에 달란자드가드에 도착하여 고비 자연·역사박물관(Gobi Museum of Nature and History)을 찾았다. 고비사막의 지질, 공룡 화석, 생태계,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현대적인 박물관이다.

    2022. 5. 18.에 개관하였고, 소장품은 4,000여 점에 달한다. 거대한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의 골격이 원형대로 전시되어 있다. 티라노사우루스과에 속하는 이 공룡은 북아메리카에 서식했던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공룡으로 몽골과 중국에서 서식했다.

    그 밖에도 바얀작(Flaming Cliffs) 등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 등 다양한 화석이 전시되어 있고(공룡알은 복제품도 전시), 공룡 외에 고비사막의 자연과 역사, 유목민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민속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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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56.jpg[고비 자연·역사박물관과 공룡]

 

고비57.jpg[공룡알]

 

    박물관에서 나와 사흘 전에 들렀던 연아식당으로 가 점심식사를 했다. 이번에는 메뉴가 소불고기와 김치찌개이다. 식사 후 인근의 대형마트로 가 보드카 등 필요한 물건을 몇 가지 구입한 후 오후 230분 만달고비를 향해 출발했다. 만달고비까지는 4시간 걸렸다.

 

    만달고비의 숙소는 부르드(Burd) 호텔이다. 객실의 시설은 그런대로 쓸 만했으나, 구석진 곳에 자리한 방은 꼭 유배지 같았다. 다 좋았던 이번 몽골여행에서 숙소만큼은 내내 기대 이하였다. 저녁 730분에 호텔 식당에서 마지막 만찬을 했는데, 모듬꼬치구이, 만두, 샐러드, 컵라면, 배추김치, 열무김치, 보드카, 효소(이건 이명수님이 한국에서 가져오신 것이다) 등으로 구성된 식탁이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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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58-1.jpg[부르드 호텔과 만찬]  

 

2026. 7. 7.(귀국 : 만달고비->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국제공항->인천공항)

 

    몽골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630분에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아침식사로 먹으려고 준비한 도시락을 공항 가는 도중에 초원 위에 차를 세우고 먹었다. 드넓은 초원에 둘러앉아 먹는 도시락이 별미였다. 학창 시절에 소풍을 가서 먹던 도시락 생각이 떠오른다. 고희를 넘겨서 이런 낭만을 맛볼 줄이야.

 

고비61.jpg[초원에서의 아침]

 

    공항으로 가는 초원지대에 있는 작은 호숫가에서 노니는 소와 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그간의 여정을 떠올렸다. 드넓은 초원, 지평선만 보일 뿐 끝이 없는 황무지, 사막 속의 그랜드캐년과 불타는 절벽, 세찬 바람이 부는 모래언덕에서의 일몰... 이 모든 것이 새록새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볼수록 흥미롭고 정다운 곳이건만, 앞으로 또 오기는 힘드리라.

 

   그 소회를 AI의 도움을 받아 시 한 수로 남겨본다.

 

  古稀猶作遠遊人(고희유작원유인)

  萬里黃沙不染塵(만리황사불염진)
  丹崖孤立心如水(단애고립심여수)

  笑問餘生幾(소문여생기허래)

 

  고희를 넘겨서도 먼 길 떠나는 나그네

  만 리 황사에도 티끌 하나 물들지 않네

  붉은 절벽 위에 홀로 서니 마음은 물처럼 고요한데

  웃으며 묻노니, 남은 생에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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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시각 오후 1시에 출발한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510분이다. 시차 1시간을 고려하면 3시간 10분 걸린 것이다. 공항을 나서니 열기가 후끈하다. 사막보다 더 더운 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글을 맺으며 쉽지 않은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귀중한 사진 자료를 남겨 주신 이덕식님, 나흘 동안 저녁마다 침을 시술하여 컨디션을 조절해 주신 이명수님, 언제나 길벗이 되어 주시는 히말라야산우회의 회원님들, 그리고 여정을 정리하여 조율해 주신 혜초여행사의 현영섭 대리님과 현지의 가이드 자야(Zaya)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린다. 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아랍탄기기격 & 찰격달소영_달고랍 (達古拉) (마두금 독주곡) _ Da-gu-la (A Solo Of Morin Khuur) (1).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