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신임법관 임용식사(2011. 12. 1. 대법원장)
2011.12.02 10:59
신임법관 여러분 및 가족 여러분!
오늘 법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여러분을 모든 사법부 구성원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오늘의 주인공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성원해 주신 가족, 친지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재야 법조, 검찰, 공공기관 등 법원 바깥의 법조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보이며 활약하여 온 인재들입니다.
우리 사법부는 최근 훌륭한 법관을 확보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법조일원화의 계획 아래 매년 상당수 법관을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기성 법조인들 중에서 임용하여 왔고, 여러분도 바로 그 일환으로 오늘 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동안 각자의 직역에서 일하며 갈고닦은 실력과 경험, 법대 아래에서 재판과정을 보며 느낀 생각이나 문제의식은 앞으로 법관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한 경력을 활용하여 여러분이 과연 기대하던 대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 때에 비로소 법조일원화가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법조일원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연차적 일정에 따라 전면적 법조일원화를 시행하기 위한 법률이 만들어져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법조경력자로서 법관이 된 여러분에게는 미래의 이상적인 법관상을 구현하여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점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하여 그 책임을 완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지금, 여러분은 무엇보다도 법관의 사명과 직분의 막중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석같이 굳건한 소명의식 없이는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없음을 자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법관의 제1차적 임무는 재판에 의해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재판에서 내려진 법관의 판단은 싫든 좋든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실현됨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고, 사회와 국가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모든 국가권력이 그러하듯이 법관의 이러한 재판권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서 국민의 위임을 받은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위임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합니다. 따라서 만일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다면 재판권능도 그 존립근거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법관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끊임없이 생각하여야 합니다. 법관에 대한 신뢰는 그가 단순히 영리하다고 해서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영리함보다는 그 사람에게서 풍겨나는 인격의 훈훈함, 깊은 이해심, 높은 경륜 등에서 비롯되는 인간적인 존경심,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하리라는 기대감에서 신뢰가 싹틉니다.
신뢰받지 못하는 법관은 단지 법률기술자에 지나지 않을 뿐 진정한 법관이 될 수 없음을 결코 잊지 말고 모든 일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직무능력을 갖추도록 온 힘을 다 할 것을 각별히 당부합니다.
존경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재판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로서 법관에게는 이를 수호하여야 할 숭고한 사명이 있습니다. 주로 정치적, 권력적 세력에 의한 부당한 간섭이 문제되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사회의 갖가지 세력이 교묘한 방법으로 법관을 괴롭히며 재판 독립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법원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하여 적법한 절차는 도외시한 채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례, 사회 일각의 주장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거나 사안의 일면만을 부각시켜 실체를 왜곡함으로써 부당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관은 결연한 의지와 불굴의 용기로써 이러한 모든 부당한 간섭을 단호히 물리쳐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재판의 독립을 수호함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바로 국민의 신뢰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재판의 진정한 권위는 국민이 승복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고, 국민의 승복은 재판하는 법관에 대한 존경과 믿음에서 우러나옵니다.
법관이 모든 일에 균형 있고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고결한 인격체로서 그들에게는 안심하고 분쟁의 해결을 맡길 수 있다는 국민의 믿음이 있다면 재판 독립을 침해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입니다. 법관이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 있어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결코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임법관 여러분!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의 의미를 여러분은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재판 규범으로서의 양심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양심이 아니라 보편적인 규범의식에 기초한 법관으로서의 직업적이고 객관적인 양심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하고, 다른 법관과도 공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치관에 근거하여야 합니다.
독특한 신념에 터 잡은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됩니다. 보편타당한 양심을 외면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고집에 근거한 재판에 승복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법관은 자신의 판단이 독선과 자의에 흐르지 않도록 항상 돌아보며 균형감각을 가지고 납득할 수 있는 법리에 따라 올바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신임법관 여러분!
저는 법관의 생활을 경계와 절제의 나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언동이나 하고자 하는 일이 혹시라도 법관의 염결성을 손상하지나 않는지, 자신의 주위에 조금이라도 법관의 청렴성을 해하는 불순한 요소가 있지나 않은지 끊임없이 돌아보며 함부로 처신하는 자신을 꾸짖어야 합니다. 그만큼 법관 생활은 힘들고 고독합니다.
그러나 법관직은 한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에게 맡겨지는 고귀한 직분으로서 그 자체가 인생의 종국적 목표가 되어야 할 직분입니다. 법관의 직분을 단순히 안정적인 취업 자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법관직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고, 법관직을 단지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이미 인생의 종국적 목표를 달성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법관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직무를 수행할 때 우리 사회에서 빛나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발휘될 것입니다. 항상 긍지를 갖고 의연한 자세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여 법관직을 수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사법의 새 역사에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앞날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1. 12. 1.
대법원장 양 승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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