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임법관 임용식사(대법원장)
2012.02.28 22:55
신임 법관 여러분 및 가족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새로 법관으로 임용되어 법원 가족이 된 것을 축하하며, 사법부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신임 법관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가족ㆍ친지 여러분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다른 의지와 각고의 노력으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법관이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꿈을 이룬 여러분을 아낌없이 격려하고 치하하며, 앞으로 여러분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친애하는 신임 법관 여러분!
법관으로 첫발을 내딛는 지금, 여러분은 무엇보다 먼저 법관이라는 직분이 갖는 의미와 그 사명에 관하여 진지하게 돌아보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법관은 법원의 핵심 기능인 재판권능을 행사하는 사람입니다. 법관이 내리는 재판은 그 법적 강제력에 의하여 재판받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고 사회와 국가의 장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법관은 단순히 법적 전문지식을 특정 사건에 적용하여 법리적 결론을 내리는 직장인이 아닙니다. 법관은 재판받는 사람의 눈에는 마치 신적(神的)인 존재로까지 비칠 정도의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처럼 법관에게는 재판권능이라는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지만, 그 권한의 이면에는 한없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으로서 결코 법관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칼이 아닙니다.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천장에서 그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입니다.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긴다면 언제라도 그 칼이 법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은 성직자와도 같이 그 직분에 걸맞은 고도의 소명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완벽하게 무장하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토록 어려운 직분에 이제 막 발을 내딛은 것입니다.
신임 법관 여러분!
법관의 재판권능은 국가의 다른 권력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은 영리한 법률전문가이기만 하면 누구라도 법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미 국가에서 법원이 최고의 권위와 신뢰를 자랑하는 이유는 그 사회에서 가장 현명하고 지혜롭다고 추앙을 받는 사람이 법관이 되어온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그와 같은 전통적 기반이 없습니다.
그러나 법관이 될 자격으로 법적 지식 외에 세상사를 널리 이해할 줄 아는 폭넓은 경륜과 통찰력,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갖춘 지혜로운 안목, 당사자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깊은 포용력 등이 배어나는 고결한 인품을 요구하는 점은 우리나라라고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은 우리 사회의 사표가 될 어른이 법관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국민 앞에 자신을 드러내어 법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충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믿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한 믿음을 얻지 못할 때에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재판은 냉소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여러분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신뢰받을 법관의 자격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임 법관 여러분!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재판 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입니다. 재판의 독립 없이는 법원이 헌법적 사명을 다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재판도 성역은 아니어서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최근 분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재판에 대한 비판이 그 도를 넘어 표현과 양상이 저급하거나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까지 이어지는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들이 재판의 독립을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어떠한 외풍도 막아 내는 버팀목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또한 불굴의 용기와 의연한 기개로써 재판 독립을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재판의 독립 역시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때에만 완벽하게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재판의 독립은 법관의 염결성과 성실성, 책임감, 자기희생 등에 의해 쌓여지는 믿음에 대한 보상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신임 법관 여러분!
여러분의 선배 법관들은 과중한 업무량 속에서도 맡겨진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몸을 아끼지 않고 희생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 전통과 마음가짐을 이어가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이처럼 법관의 사명을 다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법관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표하는 바입니다.
대법원은 법관들이 이와 같은 희생과 노력에 합당한 존경과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여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임은 물론 법원 안팎의 모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법관의 신분, 복지 등에 관련된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여러분이 안정된 가운데 그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임 법관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항상 고뇌하고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외롭고 힘든 길입니다. 그렇지만 법관직은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할 영예롭고 고귀한 직분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여 오늘 목표를 이루었고, 이제는 성실한 직무 수행으로 그 보람을 찾을 차례입니다. 법관으로서의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법관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유능하고 전도양양한 여러분이 보석같이 빛나는 존재로서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간다면 우리는 앞에 놓인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진정 존경받고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진정 신뢰받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도록 다 함께 손잡고 노력합시다.
다시 한 번 신임 법관과 가족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2. 2. 27.
대법원장 양 승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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