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날 아침에
2012.03.22 23:35
춘분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으니,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는 날이다.
이제부터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겨우내 세상을 지배하였던 음의 기운을 양의 기운이 압도하기 시작한다.
영하의 꽃샘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린들,
다가오는 봄기운을 어찌하겠는가.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의 휴전선 바로 밑에 있는 고대산(해발 832m)을 다녀왔는데,
산 위에는 아직 잔설이 덮여 있었지만
철원평야로 이어지는 3번국도변에는 봄이 오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고대산 정상에 서면 철원평야와 유명한 백마고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내 땅이면서도 갈 수 없는 동토의 땅,
북녘의 산하가 펼쳐진다.
분단의 아픈 상처는 언제나 치유될 수 있을까.
산밑 신탄리역(경원선의 마지막 역)에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눈에 삼삼하다.
휴전선 이남에는 봄소식이 완연한데,
그 이북에는 언제나 그 봄소식이 전해지려나.
봄의 온기를 함께 나누기는 커녕
뜬금없이 북한에서 광명성3호를 발사한다는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고 슬프게 한다.
문득 어느 시인의 노래가 생각난다.
이 봄에
아프지 않은 것 있을까
아직 살아 있는 것 중에
숨가쁘지 않은 것 있을까
눈을 뜨고도
나는 아직 보지 못하는
그 어둠의 맑은 水液,
아픔을 삭이며
외면했던 꽃잎이 돌아 오고,
빛을 향하여
땅을 향하여
제각기 무언가를 향하여
기울어지는 生命,
물결처럼 돋아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새로 門을 연 하늘가
종일 몸살로 뒤채는 계절,
이른 봄날 아침에
마른 기침 소리로 깨어나는
길모퉁이 작은 풀들을 본다.
조심스레 일어나는
작은 아픔들을 본다.
아프지 않은 것 있을까
아직 살아 있는 것 중에
숨가쁘지 않은 것 있을까
눈을 뜨고도
나는 아직 보지 못하는
그 어둠의 맑은 水液,
아픔을 삭이며
외면했던 꽃잎이 돌아 오고,
빛을 향하여
땅을 향하여
제각기 무언가를 향하여
기울어지는 生命,
물결처럼 돋아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새로 門을 연 하늘가
종일 몸살로 뒤채는 계절,
이른 봄날 아침에
마른 기침 소리로 깨어나는
길모퉁이 작은 풀들을 본다.
조심스레 일어나는
작은 아픔들을 본다.
---정은희, "이른 봄날 아침에"---
봄이 오는 길목인데,
이번 주말에는 꽃샘추위도 물러간다니
'매화따라 삼천리' 여정을 떠나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런데 그러면 산더미 같은 사건은 언제 처리하누...
마음만 남도길로 떠나 보내고 몸은 사무실을 지켜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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