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빌려쓰기’

2012.07.26 10:10

범의거사 조회 수:10528

 
  지난 10일 임기만료로 인하여 4분의 대법관이 퇴임하였건만, 후임자의 임영이 늦어져 대법원의 재판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능환 대법관님이 퇴임사에서도 밝혔듯이 6년 전에 임명될 때 이미 퇴임날짜가 정해져 있었는데도, 19개 국회의 개원이 늦어져 대법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가 지체되더니, 그나마 어렵사리 마친 청문회의 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랍히는 바람에 국회 본회의 표결이 부지하세월이다.  그 결과 "대법관 빌려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아래는 관련 신문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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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2. 7. 26.자)
 

‘대법관 빌려쓰기’ 초유의 파행

 

4명 공백 장기화 따라 다른 小部소속 임시투입… 전원합의체도 무기 연기

 

 

국회가 대법관 4명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루면서 공백사태가 길어지자 대법원이 소부(小部) 선고에 다른 소부의 대법관을 임시로 투입하는 ‘대직(代職)’을 하기로 25일 결정했다. 3개로 나뉜 소부(각 4명으로 구성) 중 김능환 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해 2명이 빠지고 이인복 박병대 대법관만 남은 1부에 2부 소속인 양창수 대법관을 참여시켜 26일 선고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대직은 2008년 8월 신임 대법관 취임 전에 한 대법관이 휴가를 냄에 따라 이뤄진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는 상고 이유서를 내지 않은 단순 사건을 상고 기각 처리한 것이었다. 64년 사법 역사에서 대법관 공백으로 정식 재판을 대직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소부 선고는 대법관 3명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법원은 1부에 계류 중인 사건 중 선고가 시급하고 쟁점을 크게 다투지 않는 사건 143건의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 대법관은 당분간 1부와 2부 사건 선고 및 심리에 모두 관여하게 된다. 대법관이 각 1명씩 빠진 2부와 3부도 26일 선고를 하지만 쟁점이 많고 복잡한 큰 사건의 선고는 모두 후임 대법관 선임 이후로 미뤘다.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도 문제다. 전원합의체는 5일 마지막 선고가 열린 후 신임 대법관 4명이 충원될 때까지 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선고를 하지만 19일에는 아예 선고 기일을 잡지 않고 넘어갔다. 법적으로는 3분의 2인 9명만 있으면 선고가 가능하지만 첨예한 쟁점이 있는 전원합의체 사건의 특성상 대법관 공백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이 대직이라는 고육책까지 쓰게 되면서 대법관 공백사태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사건 부담이 더 커져 제대로 심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이는 전반적인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법부 전체가 느끼는 불안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대법관 후보 임명동의안을 8월 1일 직권상정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8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자”는 태도지만 새누리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검찰 구인을 막는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며 강 의장에게 대법관 임명 동의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Politics/3/00/20120726/48059924/1

 

 

(중앙일보 2012. 7. 27.자)

하루 두 차례 316건 선고 … 양창수 대법관 ‘녹초’

현실화된 대법관 공백 사태
오전엔 2부 오후엔 1부 법정
1명 모자라 3명이 땜질 선고

 
대법원 소부(小部·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 선고가 열린 26일 오전 양창수(60) 대법관은 평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출근도 평소보다 빨리 했다. 오전, 오후에 걸쳐 대법원 선고를 두 차례나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 10시 자신이 소속된 대법원 2부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 들어갔다. 여기서만 모두 173건의 사건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양 대법관은 대법원 1부 선고 준비에 들어갔다.

 오후 4시, 같은 1호 법정에서 1부 사건 선고가 시작됐다. 모두 143건 가운데 40여 건은 양 대법관이 주심이다. 그는 일주일 전부터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느라 애를 썼다.

 오후 5시, 계획됐던 이날 선고가 모두 끝나고 양 대법관은 약간 피곤한 듯 기지개를 켰다.

 이날 법정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우선 법대 위 대법관이 앉는 의자가 3개뿐이었다. 원래 4명의 대법관이 들어오는 소부 선고에는 당연히 4개의 대법관 의자가 놓이지만 참석자가 양 대법관을 포함해 3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선고가 열린 시간도 달랐다.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소부 선고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4시 선고가 한 번 더 잡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대법관이 원래 소속인 2부 선고와 직무대리를 맡은 1부 선고에 모두 참석해야 해서 오후 4시 선고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법관 4명이 한꺼번에 퇴임한 뒤 16일이 지나도록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나타난 재판 파행의 현장이다.

 올해로 취임 5년 차를 맞는 양 대법관에겐 아주 길고도 바쁜 하루였다. 양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있던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기치 아래 추진했던 외부 인사 영입 케이스의 대표 주자였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재판 기록과 씨름해야 하는 게 대법관의 생활이지만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업무적으로 바빠진 것이다. 그는 벌써 10일 넘게 소속 소부인 대법원 2부 사건에 더해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1부 사건까지 함께 심리하고 있다. 그의 업무량은 평소보다 40%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대법원 소부는 모두 3개다. 현재 1부 2명, 2부와 3부는 각각 3명의 대법관이 일하고 있다. 상고심 사건을 심리하는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4명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땜질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은 3만6900여 건이나 되는 상황에서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평소에도 대법관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업무에 매달리는 상황인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건강이 나빠지는 분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 중 김병화 후보자가 이날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까지는 한두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현 기자
출처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993/8882993.html?ctg=1200&cloc=joongang|home|newslis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