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2023. 12. 9.

2018년에 이어 5년만에 함백산을 다시 올랐다. 세번째이다.

 

이번만큼은 두문동재에서 출발하여 정상에 오르려고 했는데, 그 야무진 꿈이 또 좌절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산불방지를 위해 하필이면 12월 15일까지  이 코스로 오르는 길을 통제하였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이번에는 눈이 너무 안 와 건조해서...

유독 이 코스가 촌부의 접근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어람. 해원(解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아쉬움을 삼키며 이번에도 만항재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올 한 해 유난히 날씨가 변덕을 부리더니 대설이 지났는데도 이날은 완연한 봄날이다. 

그래서 산길의 음지에 쌓여있는 눈이 마치 봄 산행길에 만나는 잔설 같았다.

반대로 양지는 눈이 녹아 길이 질퍽했다.

겨울 산행은 하얀 덮인 설산 풍경을 감상하는 게 일미인데,

이날은 그렇지 못해서일까 도중에 산객은 거의 만나지 못했고, 정상에 도착해서야 몇 사람 보일 정도였다.  

정상에는 함백산 특유의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이 산의 정상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정상에서만큼은 옷을 단단히 여며야 한다. 

  

원점회귀로 하산한 후 태백호텔 사우나(태백산이나 함백산 등산 후 갈 만한 최고의 목욕탕으로 강추이다)에서서 목욕을 하고 정암사로 갔다. 수마노탑을 보기 위해서이다. 

절에 가는 도중에 날이 어두워져서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절 뒤의 산중턱에 세워져 있는 수마노탑(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다. 국보 제332호)이 불빛을 받아 신비스런 광경을 연출했다.

정암사는 전에도 여러번 갔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망외의 수확이라고 할까.

 

절에서 나와 저녁식사 장소롤 점찍고 간 "만항할매닭집"(백숙이 일품이다)은 주인 할머니가 낙상사고로 병원에 입원중이어서 닫혀 있었다.

그런데 꿩 대신 닭으로 간 "함백산돌솥밥"이 뜻밖으로 좋았다. 

정선 가는 길, 두문동재 올라가는 길, 만항재 가는 길의 삼거리에 위치한 식당인데,  곤드레나물을 풍성하게 넣은 돌솥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무려 스무 가지에 이르는 반찬이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맛도 좋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1인분에 13,000원!  서울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한 시간은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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