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2024. 3. 30. 치악산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봄 등반이다. 

춘분도 지나고 봄의 한가운데이건만,

나날이 예측 불가의 형태를 보이는 날씨 탓에 치악산은 아직 봄이 오는 길목에 있었다. 

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은 생강나무꽃이 유일했다.

다른 나무들은 이제 겨우 꽃봉오리가 생기려고 몸짓하고 있었다.     

반면에 춘분날에도 최고 26.2cm의 눈이 내린 강원도의 산답게, 계곡에는 눈 녹은 물들이 소리 내서 흐르고 있었다.

곳에 따라서는 여름 계곡으로 착각할 정도로 물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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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코스는 3년 전 설산 등반 때와 마찬가지로 안흥의 부곡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다.

이번에는 정상인 비로봉에 올라 능선을 따라 ‘곧은재’까지 간 후 그곳에서 출발지로 바로 하산하는 원점회귀형 방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비로봉에서 곧은재까지의 구간이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구역으로 정해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지난번처럼 비로봉에 올랐다가 그 올라간 길을 도로 내려왔다. 

비로봉에서 사다리병창을 거쳐 구룡사 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치를 떨고 악을 써야 하는’ 험한 길인지라 애당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부곡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치악산 등산코스 중에서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하는데,

안흥의 출발 기점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져 산객이 많지 않다.

이날은 올라갈 때는 그나마 사람들이 있었으나,

하산 시에는 인적이 거의 끊겨 산을 통째로 전세 낸 듯했다.

그만큼 산행이 어렵지 않은 데다 호젓해서 금상첨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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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황사가 전국을 뒤덮는 바람에 기상청 일기예보에서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를 계속하는 통에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을 했는데,

막상 산행 중에는 맑은 하늘을 내내 볼 수 있었다. 

다소 차기는 해도 삭풍은 아닌 봄바람이 부는 비로봉 정상은 역시 황사 예보 때문인지 여느 때와는 달리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주위의 풍광을 시원하게 다 볼 수 있었고, 모처럼 산 정상에 오른 기분을 만끽했다. 덤으로 점심 식사를 산 정상에서 하는 드문 경험도 했다. 

이제는 해가 길어 서두를 일이 아니라 미음완보(微吟緩步)로 걷다 보니 총 산행시간이 7시간 3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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