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2022. 8. 13. 무릉계곡을 다시 찾았다. 1년 전에 가보았던 베틀바위 산성길의 멋진 풍광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재차 찾아 나선 것이다. 산행코스도 동일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2024.5.4. 두타산을 또 올랐다. 이번에는 정상을 등정하는 것이다. 정상 등정은 2008.11.1.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5.3.) 삼화사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아침 7시에 절에서 출발했다. 학소대, 두타산성, 대궐터를 거쳐 정상에 오른(6km) 후 청옥산 쪽으로 가다가 박달령에서 쌍폭포 쪽으로 하산해 삼화사로 돌아오는(8km) 코스를 택하였다. 총연장 14km11시간 걸렸다.

    두타산은 정상이 해발 1,353m로 설악산 대청봉(해발 1,708m)보다 낮지만, 출발지 고도가 해발 180m인 까닭에 표고차가 1,173m나 되어 오색(해발 650m)과의 표고차가 1,058m인 설악산 대청봉보다 오르기가 더 힘들다. 더구나 표고차뿐만 아니라 국립공원이 아닌 탓에 등산로 정비가 안 되어 있어, 대부분의 급경사길을 철계단 없이 생짜로 올라야 한다. 그 길이 특히 너덜지대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곳을 통과하려면 그야말로 고역이다. ‘골 때리는(=두타) 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두타산 정상에는 16년 전에 보았던 옛 표지석 외에 새로운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나 다소 아쉽다.

     박달령에서 쌍폭포로 하산하는 길은 두타산의 여러 등산로 중 경사가 특히 심하다. 그래서 조난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니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2020년에 베틀바위 산성길이 열린 후에는 두타산 등산객이 그쪽으로 몰려 정상을 오르는 사람이 가뜩이나 줄었는데, 그 영향인지 이 길을 내려가는 동안 우리 일행 말고는 다른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지난해 폭우에 쓰러졌을 나무들이 곳곳에서 길을 막고, 오랫동안 쌓인 낙엽들이 길을 덮어, 툭하면 등산로가 사라지는 통에, 그러잖아도 급경사로 인해 힘든 나그네의 발길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그동안 강원도의 여러 산을 올라본 촌나그네의 시각에서는 무릉계곡을 끼고 있는 두타산이 국립공원 치악산보다 더 멋진 산으로 생각되는데, 그 두타산이 이렇듯 방치되어 있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안 하면 강원도나 하다못해 동해시가 나설 만도 한데, 관계자들의 무신경이 안타깝다.

 

     그나저나 푸른 5월의 신록으로 물든 두타산의 풍광은 실로 장관이었다. 연두색과 초록색이 어찌 그리도 멋진 조화를 이룰까. 나그네가 그 푸르름의 바다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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