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안녕하세요 대법관님. 일전에 권해주신 북한산 12성문 종주를 해보았습니다. 결국 정해진 길을 다 밟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시간 관리에 실패한 게 컸습니다.

전날 아침 9시반에 대성문에서 호기롭게 출발했습니다. 기로에서 백운대를 갈지 고민하다가 들렀습니다. 이 바람에 두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일행과 저는 백운대를 내려오며 마음이 급해져 시간에 쫓기는 산행을 했습니다. 자연히 체력이 빠르게 닳았습니다.

결국 북문으로 향하지 않고 대서문으로 틀었고, 이마저도 중간에 중성문으로 발길을 돌려 대성문으로 왔습니다. 시계는 오후 5시 남짓을 가리켰습니다. 대성문을 출발해 다시 대성문으로 오기까지 6시간 10분이 걸렸습니다. 긴 해에 기대기에도 시간이 늦은 터라 서둘러 하산해 애초 출발한 일선사 입구에 내려오니 오후 6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문수봉 기행기에서 '일선사 입구까지 택시타는 게 낫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아침에 대로에서 일선사 입구까지 걸어올라서 시간과 체력을 소모했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수가 틀어지기 시작한 듯합니다. 다른 이들의 종주기를 읽어서 외려 판단을 흐린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어떤 이는 8시간이, 또 어떤 이는 6시간이 걸린다고 하길래 참고했는데 결국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문제였으니까요.

산에서는 욕심 부리면 안 되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만간 다시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겸손하게!

 

 

PS. 백운대 정상은 '러브버그' 천지입니다. 북한산 전반적으로는 드문데, 희한할 정도로 백운대만 이렇습니다. 산행 계획있으시면 참고가 될까 하여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