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1999년 이후로도 태백산 설산등반을 또 한 적이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5, 2. 6.이었다. 조병구, 김영현 두 판사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변호사 한 명이 동행했었다.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러 2018년 2월 3일에 다시 눈덮인 태백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도반으로 황진구, 박영호 두 부장판사와 매일경제의 이현정 기자가 참여하였다.

 

주중 내내 따뜻했던 날씨가 하필 이날 갑자기 추워지는 통에(그것도 매섭게) 다소 힘들었지만, 

천지가 온통 흰 눈으로 덮인 태백산의 겨울경치는 여전히 장관이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눈발까지 날렸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겨울 설산등반의 대명사 답게 등산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산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자동차도로에서나 있을 법한 정체현상이 등산로에서도 발생하여 수시로 걸음을 멈추어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출발지인 유일사 입구의 고도가 높아  정상인 천제단까지는 두 시간 남짓 걸렸다.

흰 눈으로 치장한 주목들은 예나 지금이나 멋진 자태를 뽑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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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서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함백산의 웅장한 모습도 한몫 단단히 했다. 그 함백산이 여긴 왜 안 오느냐고 손짓하는 듯했다. 기회가 되면 내년 겨울에는 가겠노라고 독백 아닌 독백을 했다. 마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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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백산]

 

천제단에는 바람이 몹시 불어 체감온도가 급강하했다. 

 제단에는 '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인 "한배검"을 붉은 글씨로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예전에는 못 본 것인데, 언제 세워졌는지 모르겠다.  

제단 앞에 선 채로 합장을 하고 단군할아버지와 산신령께 간절히 빌었다.

 

"부디 이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한케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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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고 태백산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갑제1호증)을 찍은 후 하산했다.

하산은 당초 이제껏 인 산을 오를 때면 하던 대로 문수봉을 거쳐 내려가는 코스를 택하려고 했는데,

이날 따라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망경사와 반재를 거쳐 당골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였다.

이 코스는 전자보다 시간과 거리를 단축할 수는 있지만,

계속 내리막이라 무릎도 아프고 무엇보다도 능선길을 걷는 문수봉코스에 비하여 멋진 경치를 볼 수 없는 게 흠이다.

당골광장에서는 눈꽃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규모가 너무 작아 실망스러웠다.

 

당골광장에는 택시가 많아 출발지였던 유일사 입구의 주차장까지 이동하기가 편했고,

당골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석사우나"는 산행하느라 추위로 언 몸을 목일 수 있는 말 그대로 보석 같은 사우나였다. 흔히 유행하는 말로 "강추"이다.

휴대폰으로 검색하여 찾아간 음식점 "고갈두"도 한양나그네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고갈두"라는 특이한 이름은 "고등어, 갈치, 두부"의 머릿글자를 모은 것이다.

 

주말이었음에도 귀경길은 세 시간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