罪와 罰(태백산)

2010.02.16 11:20

범의거사 조회 수:10401



      罪와 罰


   아름다운 세상님,  

   民訴法 註釋書에 매달리느라 요사이는 컴퓨터 앞에 앉을 기회가 드무네요. 뻔한 밑천에 이 것 저 것 모자이크를 하느라 창피스런 고생을 하면서 애꿎은 팔자타령만 한답니다. 언제 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느 분께서는 봄 휴가를 내 濟州씩이나 다녀오셨다고 하길래 약이 올라, 계절의 여왕 5월이 다 가버린 바로 그 다음날(1996. 6. 1.) 직원들과 함께 민족의 聖地라고 불리는 太白山을 찾았습니다.  
   1,566 미터나 되는 높은 산을 두 시간 만에 登頂하였다고 하면 믿지 않거나 굉장한 등산가로 여기시겠지만, 해발 95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니 할머니들도 가능한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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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쭉이 피기 시작한 정상에는 天帝壇, 將軍壇, 下壇의 3개 祭壇이 있어 한꺼번에 부를 때는 天王壇이라고 하더이다. 신라시대에 太白山을 北岳山이라 칭하고, 단군할아버지께 祭를 올리기 위해 쌓아놓은 祭壇이라는군요.
   저 밑에서부터 골을 타고 올라온 바람이 시원함과 더불어 왜인지 모를 오싹함을 凡夫에게 안겨 줌은 무슨 緣由일까요?  

   神靈스런 기운이 감도는 祭壇위로 발걸음을 옮기니 神이 선택한 여자를 연상케 하는 어떤 巫俗人이 양팔로 원을 그린 채 "천제, 천제, 천제"를 되풀이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주책없이 그 옆에서 사진을 찍다가 눈총을 받았지요. 그만 일에 기도의 효험이 안 나온다면 기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런지.....

   은근히 심통(?)이 나서 저도 넙죽 3배를 올리고 기도를 했지요.

   "단군할아버지! 할아버지 자손들이 함께 모여 살도록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이제라도 倭人들이 포기하여 2002년 월드컵을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고, 억조창생들 두루두루 건강하고 편안케 하여 주시옵고, 이 곳에 올라온 食率들 무사히 下山케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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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부근의 朱木들이 원인 모르게 거의 다 말라 죽어 가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다,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만났다는 해발 1,400여 미터의 문수봉을 거쳐 下山길을 재촉하였는데, 맙소사, 기도의 정성이 부족하였는지, 아니면 예의 째려보던 巫俗人이 저주를 하였는지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하였지요.  

   그러나 세상만사 塞翁之馬라던가요. 덕분에 예정에 없던 檀君聖殿 앞으로 빠지는 바람에 단군할아버지께서 주시는 냉수로 목을 축이고, 또다시 기도를 드렸지요.  

   "단군할아버지! 할아버지 자손들이 함께 모여 살도록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 이제라도 倭人들이 포기하여 2002년 월드컵을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게 하여 주 시옵고, 억조창생들 두루두루 건강하고 편안케 하여 주시옵고, 이 곳에 올라온 食率들 무사히 下山케 하여 주시어 감사하옵니다."

   3시간 걸리는 歸忠길을 私財를 털어 노래자랑 賞金으로 내놓고 흥얼대며 왔더니만, 원 세상에! 집에 아이들은 안 보이고 안사람만 링겔을 팔에 꽂고 대문을 들어서더군요.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토하는 바람에 이웃에 사는 의사선생님들이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는 길이라나요.

   아프기 시작했다는 시각을 듣는 순간 ‘아차’ 싶은 게, 역시 罪를 지으면 罰을 받는 게 세상이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지요. 무에 잘났다고 巫俗人의 심기를 건드립니까 글쎄.
   禪師님께서도 山行중에 巫俗人을 보시거든 卜債를 주지는 못할망정 눈에 날 행동은 피하십사고 말씀드립니다.

   더운 여름 玉體를 보존하소서.

   나무단군할아버지.(1996.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