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경

#  교수님의 북한산행기에서 사모바위 비봉등 북한산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서

 마침 몇년전 철쭉꽃 피는 4월  남편의 북한산행기도 떠올라 올려보면서  북한산의 향수를 다시금 느껴봅니다.



-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

어쩌자고...
일요일 늦은 꿀잠도 마다하고, 죄다
개미떼처럼 그리로만 모여들어
실같은 햇빛이 녹아들어간 그곳으로 모여들어

산허리 휘어지도록 자근자근 밟아놓고

뻔뻔스럽게 맛있는 점심들을 먹는 것이더냐

아직도 싱싱한 연분홍 철쭉은
초록으로 가는 연하디 연한 나무가지사이에서
웃음으로, 제 살 짓누르는 사람들 향해
말없이 손 흔들어 주는 것이냐

등거죽이 벗겨지고 터져서 속살 다 들어내던
비봉아 향로봉아, 뒤뚱거리던 사모대야
아프다는 비명 한마디 없이
암벽 깊은곳에 심장 묻었느냐
바람마저 비켜서는 모퉁이에서
언제부터 시작된 침묵 이더냐
조건없이 주기만하는
사랑 이더냐

모질게도 이어지는 발길질에
다리미로 다려놓은듯한 네 등에 퍼질르고 앉자서
찌든때 벗겨놓고
사월의 향내만 골라서 퍼마시고 가는 사람들을
어쩌자고 아쉬운 사모대는
기우뚱 고개 떨구는 것이더냐

오랜세월 부대껴온 사람들만 잘되라고
햇볕도 들지않은 구석진 곳에,물길를 만들어
가슴까지 철렁한 그 시린 물줄기 만들었더냐
도룡룡 태반은 언제부터 품고 있었더냐
가슴깊이 쪼개내어 골고루 나눠주는
어머니의 마음같아
불씨하나 살아나는 가슴팍이 마구마구 뛰더구나

대남문 대성문 지나는 하산길에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듯
뭔지모를 한웅큼이 가슴속 골 깊은 곳으로 스며들더니
살다가 억울한 상처 입거든
또다시 오라고 속삭이더라.

무거운 발걸음 붙잡은 뒷풀이에는
눈부시던 햇살이 넘는 줄 잃어버리고
조개랑 대게랑 삼겹살이 조팝나무 하얀꽃들과 어울린다고
달게도 넘기던 소주에 포로가되고
친구들 넘어지다, 돌아간줄 눈치못채고
목젖 다 들어내며 떠들었을까

어쩌자고...
속내를 한겹 한겹 다 벗겨내며
북한산 사랑을 흉내 냈더냐.
늑골이 일렁이는 사랑을
흉내 냈을까...


( 글쓴이- 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