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2024. 1. 20. 절기상으로 대한(大寒)인 이날12년 만에 가리왕산을 다시 찾았다이번에는 설산 등반이다,

 

당초 생각한 등산 코스는 장구목이 입구에서 출발하여 정상인 상봉(1,561m)에 오른 후 중봉(1,433m)으로 가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었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 중봉에 활강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였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운행하기 때문에(스키장 슬로프는 폐쇄) 이를 이용하면 하산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산을 오르는 날에 대한(大寒)답지 않게 전국에 비가 내렸는데, 하필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대설특보가 발령되었다. 이쯤 되면 장구목이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산하는 과정에서 거센 눈보라를 만날 것이 염려되었다. 태백산처럼 등산로가 잘 정비된 산은 산행 중에 눈보라를 만나도 크게 걱정되지 않지만, 가리왕산은 그러지를 못해 망설여졌다.

궁리 끝에 아예 케이블카를 타고 중봉에 오른 후 정상에 갔다가 되돌아 와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우선 케이블카가 오전 10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덕유산이나 용평 발왕산처럼 9시에 출발하면 좋으련만, 이용객이 적어서일까 대설특보로 마음이 급한 산객의 발을 동동거리게 하였다.

게다가 케이블카는 중봉이 아닌 하봉(1,381m)까지만 간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맙소사 하봉에 도착하여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상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덕유산이나 발왕산과 다르다. 쉽게 정상에 오르려던 야무진 꿈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사실 이것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상봉을 왕래할 수 있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리왕산을 찾고, 케이블카 운영자(=정선군 시설관리공단)의 입장에서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텐데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결국 현재로서는 케이블카가 가리왕산 등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단순한 관광상품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니 이용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찾아노는 사람이 많은 게 오히려 귀찮고 싫은 걸까.

솔직히 정선에서도 오지(奧地)에 속하는 곳에 있는 이 케이블카 한번 타보려고 오는 외지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 케이블카는 2024. 12. 31.까지만 한시적으로 운행하고, 그 후에는 이용상황을 보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현재 같은 상황이면 문 닫을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목하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관할구역의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해 안달인데, 이미 있는 케이블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폐쇄한다면 실로 소가 웃을 일이다.

답답한 마음에 강원도 도지사(김진태)에게 전화를 했다. 이게 말이 되냐고. 그랬더니 그도 답답해한다. 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

 

아무튼 이런 문제가 있긴 했으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 보면(거리 3.51km. 소요시간 20. 왕복요금 15,000) 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에 그만 입이 벌어진다. 올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산 전체가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총면적 2,400의 데크로드가 객을 맞는다. 잘 정비된 이 나뭇길을 따라 거니노라면 360도 돌아가며 전후좌우의 기막히게 아름다운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강풍이 불 거라는 일기예보대로 바람이 몹시 불어 춥긴 했지만, 그나마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아 손을 호호 불며 눈꽃 구경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중봉 너머의 상봉쪽은 큰 눈이 내리는지 잔뜩 흐렸다. 명색이 전국의 산을 찾아 떠도는 산꾼인데, 정상을 눈앞에 두고도 못 가는 신세라니....

 

 케이블카를 타고 왕복하는 바람에 절약된 시간을 이용하여, 하산 후 인근의 로미지안 가든과 나전역 카페를 들렀다가 하이원팰리스 호텔로 가 목욕을 하고 나오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가리왕산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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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jpg

가리왕산3.jpg[가리왕산]

 

가리왕산6.jpg[로미지안 가든]

 

가리왕산7.jpg[나전역 카페]

 

가리왕산8.jpg[하이원 팰리스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