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거사

 

2023년에 이어 2024. 1. 28. 다시 한라산을 올랐다. 열 번째이다.

 

이번에는 며느리들이 산행을 제안하고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백록담으로 오르는 코스를 예약까지 하여 함께 올랐다. 그리고 전날까지만 해도 자기는 새벽 낚시를 하겠다고 하던 경준이가 마음을 바꿔 합류했다.

경준이는 산행을 예정하지 않아 등산 장비를 갖추지 못했는데(특히 설산 등반에 필요한 아이젠, 스패츠, 등산지팡이 등), 걱정과는 달리 씩씩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해 마음을 놓았다.

평소 등산과는 담을 쌓고 사는 두 며느리도 논 덮인 산길을 예상 밖으로 잘 올랐다. 역시 젊음이 최고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나저나 아쉽게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백록담은 오르지 못했다.

갑자기 기상이 악화되어 진달래대피소(해발 1,500m)까지만 오를 수 있었고, 그 위의 등산로는 폐쇄되었다.

그나마 지난해와는 달리 진달래대피소까지라도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한라산 설산 등반이 처음인 경준이와 두 며느리는 눈꽃(=雪花)이 만발한 설산을 오르며 온천지가 하얗게 덮인 멋진 풍경을 보며 좋아했다.

 

진달래대피소까지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사라오름을 들렀다. 사라오름은 나도 처음이다.

꿩 대신 닭으로 이 오름을 오른 것인데, 분화구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가 결빙되어 있었고, 그 결빙된 수면 위와 호숫가를 빙 둘러서 서 있는 나무들 위로 내려앉은 하얀 눈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였다.

게다가 구름이 덮였다가 이따금 바람이 불면 모습을 드러내는 선경(仙境)은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앞으로 누구든 겨울에 성판악 코스로 백록담을 오를 경우에는 꼭 이 사라오름을 들러볼 것을 강추한다.

 

두 며느리와 처음 함께한 산행에 환상적인 설경이 더해져 뜻깊은 산행을 하였는데,

마지막에 거의 다 내려와 김장이 풀린 상태에서 미끄러지면서 왼쪽 손으로 땅을 짚은 충격으로 팔꿈치 인대를 다치는 부상을 당한 게 옥에 티다.

어깨(재작년), 발가락(작년), 팔꿈치(올해)... 매년 돌아가며 부목(副木)을 가까이하는 처지가 되었다. 흐르는 세월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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