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은 어디 가고(공작산)

2011.10.04 17:29

범의거사 조회 수:10761

 

  존경하옵는 옥봉선사님,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도 물러가고, 추분이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로 서늘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즈음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선사님께옵서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면서 건강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소생은 지난 여름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소진된 체력을 복구하느라 애를 쓰는데,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감히 선사님 전에 이런 말씀을 올리기가 송구스러우나, 역시 세월의 흐름에는 순응하여야 하지 않을는지요.

 

  그렇다고 손발 묶고 지낼 수는 없는지라 9월의 마지막 주말(28일)에 홍천의 공작산을 다녀왔습니다. 법원산악회의 정기산행이었답니다.

  이제는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덕분에 홍천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 잠 자고 나니 목적지이더군요.

 

공작산지도.jpg

 

  9시 10분, 공작산 삼거리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문바위골로 올라가 안부를 거쳐 공작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행코스는 땀을 흘리게 하긴 해도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숲이 우거져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좋더군요. 밑에서 보기에는 밋밋하던 산세가 정상부근에 다다르니 암벽과 암봉으로 이어졌습니다. 밧줄에 의지하여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르는 재미도 쏠쏠하였지요.

 

  해발 887m의 정상까지 2시간 30분 걸렸으니 37명의 많은 식구가 함께 등산하기에 딱 좋은 산행이 아닐는지요. 이번에도 제 연구관으로 있는 황진구 부장은 여전히 힘들어하여 안쓰러웠습니다. 체력을 연마케 해야 하나요, 아니면 일을 적게 하게 해야 하나요? 아마도 둘 다 병행케 하는 것이 모범답안일 텐데, 그게 쉽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공작산1-1.jpg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들어가는 공작산은 홍천읍(산의 북서쪽)에서 보면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듯이 보인다 하여 그렇게 이름지어 졌다는데, 아쉽게도 산의 남서쪽에서 오르다 보니 그 모양새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정상에서 조망하는 주위의 경치는 나름대로 볼 만했습니다. 홍천읍내가 멀리 내려다보이더군요.

물론 웬만한 높이의 산에 올라가면 다 그러하듯이 전후좌우로 겹겹이 보이는 산,산,산... 우리나라 사람은 산에서 살고 산에서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요.

그나저나 공작산은 정상이 암봉이다 보니 37명 전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돌아가며 갑제1호증(사진)을 만들고 내려왔답니다.

 

공작산3-1.jpg

 

  하산길은 안공작재를 거쳐 자연휴양림이 있는 궁지기골로 내려가는 원점회귀형을 택하였는데, 처음에는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암벽길에서 땀을 흘렸지만, 이내 편한 길이 이어졌습니다. 도중에 점심식사를 하여 배낭도 가벼워져 룰루랄라 힘든 줄 몰랐는데, 산에서 거의 다 내려와 평지나 다름없는 곳에 도착하였을 무렵 느닷없이 길가의 집에서 나온 한 아줌마 가로되,

 

  “여기는 사유지이니 다니지 말라”

 

  이럴 수가! 널찍한 길 한가운데를 막고 문을 해 놓았더군요. 각종 지도에 등산로로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공로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길을 막고 통행을 못하게 하다니... 형법 제185조의 교통방해죄가 무력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산림청과 홍천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풍족한 인심은 커녕 나날이 각박해지는 세태가 걱정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사유재산권의 보호 한계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화두로 삼아 길지 않은 산행을 마쳐야 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신묘년 초가을에

 

범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