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교수님
2010.02.16 11:00
민일영 교수님
민일영 교수님
그분의 수업시간엔 언제나
터질듯한 방광의 고뇌
그 아픔이 있다
까무룩한 영혼은 이미 지상을 떠났는데
눈 마주치면 무거운 눈 더 크게 떠 보이니
무죄변론도 그 정도면 설득력 있지
정겨운 이름들은 어느새 범죄자로 도용되어
판결서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재범의 위험성을 들먹일 때마다
불쌍한 우리 재범이 형은 잠이 번쩍 깨여
가슴이 내려 앉는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생래적 법관이라 불리우는 민판사님도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의심할 때가 있다는 것을
산을 오를 때마다 맘을 다져 먹어도
법창(法窓)에 기댄 그 삶을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멀고 먼 길을 돌아 온 인생은 아쉬움이 남아
오늘도 나이든 연수생은 한숨섞인 푸념을 내쉬고
어린 것이 그리 무거운 맘이냐 꾸지람이라도 들을쎄라
내 인생에 대한 의심은 그만 접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어쩌랴
어쩔 수 없이 어린 인생도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 것을
나를 용서하기 위해 하루를 살아도
하루만큼의 용서가 쉽지 않은 것을
가야했던 길을 버리고 온 것이
못내 죄가 되어
오늘도 아픈 가슴을 다스리고 있는 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언젠가는,
언젠가는 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속죄하는 기도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오늘도 교수님의 수업은 약속된 시간을 넘어서고
연수생들은 그만 마음이 초조하여
책상 밑으로 시계를 훔쳐본다
방광아, 조금만 더 견디어 다오
(1999. 4. 18. 사법연수원 홈페이지 연수생마당의 문예/취미/동호회 란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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