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전에 상강(霜降)이 지나고 열흘 후면 입동(立冬)이다. 그렇지만 상강 후 닷새가 지나도록 아직 서리(霜) 구경을 못 했고, 입동에도 과연 겨울이 시작될지는 닥쳐 봐야 알 것 같다. 아무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한 것은 맞지만, 낮에는 아직 20도 내외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단풍놀이하기에 딱 좋은 완연한 가을이다.   

 

   금당천도 마찬가지로 무르익은 가을빛이 뚝방길 촌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언제 보아도 정겨운 풍경이다. 주말만이라도 삭막한 콘크리트 숲의 대처(大處)를 벗어나 이런 푸근한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게 복 받은 삶임을 느끼며,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상강1.jpg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亦自然)’를 중얼거리며 우거로 돌아오니, 활짝 핀 가을꽃들이 다투어 촌노(村老)를 반긴다.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한로상풍(寒露霜風)에 피어 절개를 굽히지 않는 국화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상강2.jpg

 

 

    옛날 어느 시인이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을 꺾어 들고 유연하게 남산을 바라본다(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고 노래한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시인은 잘나가던 벼슬자리를 홀연히 던져버리고 초야에 묻혀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시인은 이 시의 제목을 ‘음주(飮酒)’라고 지었으니 필시 술잔을 기울이면서 국화꽃을 감상하였을 것임이 분명한데, 촌노는 비주류라 그 대신 백호은침(白毫銀鍼)을 음미하면서 오상고절(傲霜孤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상강6.jpg[백호은침]

 

   10월은 이처럼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절일시 분명한데, 눈을 조금만 과거로 돌리면 국직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1972년의 ‘10월 유신’(10. 17.)이 그랬고, 1979년의 박정희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10. 26.)가 그랬다. 2년 전 10월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별세하였고(10. 26.), 바로 1년 전 오늘(10.29.)에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이렇게 보면 결실의 계절이 아니라 사건 사고의 계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가 하면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저격하는 의거를 거행한 때도 10월이다(10.26.).

 

   그나저나 노태우 대통령 2주기 추모식에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의 아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함께 참석하여 모처럼 훈훈한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이태원 참사 추모대회가 다시 정쟁의 장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목하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더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벌어지고, 세계 경제가 미국을 제외하고는 빨간불이 켜져 있다.

    대내적으로는 좀비기업이 나날이 늘어나고 소상공인들이 줄폐업한다는 기사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한다.

   실로 어려운 시국인데 국정을 이끌어야 할 위정자(僞政者)들의 마음은 오직 콩밭에 가 있으니 실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처럼  '산첩첩 로망망(山疊疊 路茫茫)에 일침침 월명명(日沈沈 月暝暝)'이라, 첩첩 산중에 갈 길은 먼데, 해는 지고 달빛조차 어두우니, 이를 어찌할 거나.           

 

Adagio (W.A Mozart)-11-Wolfgang Ama....mp3 (아다지오. 모짜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