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부족한 듯이...
2012.10.25 13:28
(월출산의 가을)
그제가 상강(霜降)이었다.
이제 며칠 후 달력을 다시 한 장 넘기고 나면 곧 입동(立冬)이 다가 올 것이다.
언제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금세 우리 곁을 떠나려 한다.
인간세상은 온통 12월의 대통령 선거에 눈과 귀가 쏠려 있지만,
세월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냥 말없이 조용히 흘러간다.
우면산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도 그에 맞추어 하루하루 색을 달리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짧디 짧은 가을은 해마다 제대로 미쳤다 가는구나.
무엇에건 제대로 미쳐 보지 않고서야 변변한 무엇을 얻을 수나 있을까.
가을이 온통 미쳐 버리지 않고서 붉디붉은 기운을 어디서 불러올 수 있을까.
하고 노래하였지만,
범부(凡夫)의 짧은 소견으로는,
긴 더위와 여러 번에 걸친 태풍 뒤에 찾아와서일까,
임진년의 이 가을은 붉게 물든 단풍을 요란하게 뽐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박하고 겸손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가 슬며시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냥 만족해야 하지 않을는지.
누군가는 말했다.
컵 하나엔 언제나
한 잔의 커피만을
담을 수 있다
우리가 몸서리치며
어금니 꽉 깨물고 살아도
욕심일 뿐 결국 일인분의 삶이다
컵에 조금은 덜 가득하게 담아야
마시기 좋듯이
우리의 삶도 조금은 부족한 듯이 살아가야
숨 쉬며 살 수 있다
이 시인이 생각하는 삶과 현실 속 우리네의 그것이 일치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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