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반환점을 돌아

조회 수 14859 추천 수 0 2011.07.01 10:55:53

어느 새 夏至도 지나고 신묘년이 마침내 반환점을 돌았다.

그 첫날임을 기념하기라도 하는지

오랜만에 아침 햇빛이 반갑게 창을 밝힌다.

그 창가에 서서 바라보는 우면산의 녹음이 마음도 푸르게 한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올해는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이 없는데도

각종 무상시리즈와 반값시리즈로 나라는 여전히 온통 시끄러우니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대신 "역동의 나라"라고 바꾸어 불러야 하는지.  

 

아직은 긴 장마의 중간지점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지만

"장마와 폭염이 너를 힘들게 한다 해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 온 나룻배가 없는지

그 배를 장식한 칡꽃을 찾아

아니 그 꽃을 보낸 그리운 님을 찾아

녹음진 여름길을 떠나 볼거나.     

 

 

 

 

리운 폭우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도 더 넓어졌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끊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지금 온통 칡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지……


사랑하는 이여,
어느 河上엔가 칡꽃으로 뒤덮인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 줘요.

 


<시집>『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곽재구,1999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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