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표를 팔지 않는다.
2011.12.01 11:41
어느 새 신묘년의 달력이 한 장밖에 안 남았다.
가슴 설레이며 토끼의 해를 맞이하였던 기억도 이젠 아스라한 추억의 저 편으로 물러앉았다.
참으로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다.
인생은 왕복표를 팔지 않기 때문에
한번 출발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건만,
그래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데도
마치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것처럼
생각없이 가다 보니 올해도 여기까지 왔다.
법정스님은,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되찾을 수 없는 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는 법문을 남기셔 깨우침을 주려 하셨지만,
우매한 중생에겐 실로 지난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나라 안팎으로 쉽고 즐거운 일보다는 어렵고 힘든 일이 더 많았던 한 해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마저 떼어낼 때쯤이면
그 모든 일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싶게 잊혀지겠지.
사진첩에 꽂아둔 지난 계절처럼 말이다.
하루하루 가슴조렸던 마음도,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었던 마음도,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마저 떼어낼 때쯤이면
거짓말처럼 다 잊혀지겠지.
강원도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소설이 지나고 대설이 1주일 남은 시점이니
눈이 많이 온다고 이상할 것도 없는데,
정작 서울에는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비록 날씨는 종잡을 수 없어도
우리의 삶은 종잡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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