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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한번 들어보면 생각 달라질 것”  
  ---민일영 청주지방법원장의 특별한 우리 가락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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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24일 (수) 11:54:00 이광희 기자 goanghee@paran.com

   
민일영 청주법원장을 인터뷰하기 전, 그는 이미 우리 동네 스타가 되어 있었다. 법원에서 열린 김학용 명창의 판소리 공연에서 민 법원장이 판소리 실력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울린 핸드폰 벨소리 역시 정선아리랑이었고, 컬러링도 판소리 가락이었다. 부임 5개월째를 맞는 민일영 청주지방법원장의 특별한 우리 가락 사랑 이야기를 들으러 청주지방법원을 찾아갔다.

“판소리 공연 대히트를 쳤습니다. 아주머니 팬클럽이 생기셨어요.” 조현국 발행인이 첫인사로 건넨 말에 반가운 표정으로 “그거 보셨어요" 하며 반겨준다.

“서양에서 오케스트라 공연 한번이면 20~30만원씩 주고 갑니다.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공연 중 졸기 일쑤죠. 우리네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우리음악에 관심이 적어 속상합니다. 심청가, 춘향가 한번 체험하고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었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게 우리의 소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결국 서편제를 네 번이나 봤답니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고 판소리에 '필'이 꽂혀 판소리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다는 민 법원장.
“정신없이 웃게 하다가도 울게 하는" 김학용 명창의 감동적인 공연을 청주 법원에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판소리 공연을 열게 되었다는 답변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판소리 문화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동네 두꺼비마을, 어떠냐고 물어봤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우리 법원에서 대전충청법조인 모임 을 했는데 모두가 부러워하더라구요”
두꺼비마을과 두꺼비마을에 소재하고 있는 법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물었다.
얼마전 주민들이 두꺼비마을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구룡산 포도밭을 매입한 소식을 아시냐고.
'알고 있다'고 답변하신다.

올 가을 그 구룡산 포도밭에서 수확되는 '포도'를 사드실 의향이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사 먹겠다며 두꺼비마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였다.

슬그머니 가족이야기를 꺼냈다. 민일영 법원장의 사모님이 바로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아니던가. “연애결혼 하셨나요?” “74년 처음 만나서 83년 결혼 했으니 햇수로는 10년 연애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시공부 하느라 생사를 모르고 살았던 시간도 있어서...” “와이프이야기로는 대학 1학년 때 첫 번째 미팅에서 나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박대변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시종 웃는 표정이었다. 서로 바빠 주말 부부는 커녕 한 달에 한 두 번 만난다고 한다.

   

한편 민일영 법원장은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충주지원장(1994), 법원도서관장(2006) 등을 지냈다.
조현국 발행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민사집행법 최고의 권위자라고 하던데 기억에 남는 재판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 장영자 씨 재판이 힘들었습니다.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재판도 힘들구요”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하였다.
“판사들이 밤 늦게 까지 일하는 거 이 동네 사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아마도 이 동네 아이들은 판사하면 저렇게 힘 드는데 판사 안한다고 할 것 같아요.” 밤 늦도록 크고 작은 재판이 공정하게 판결될 수 있도록 판사들은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법원을 사랑해 달라고 했다. 축구나 농구 경기 같은 운동경기에서는 경기가 끝나 승패가 가려진 이후에도 심판 욕 안하는 것처럼 누군가 패소하고 승소하는 가운데 심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판사들의 고충에 대해 나름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청주법원은 울타리도 없는 법원입니다. 5월부터 명예 민원실장 제도와 시민사법모니터 제도 등을 활용하여 수요자 입장에서 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일영 법원장은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판사들은 바쁘니까 국민과 대화하고 접촉하는 것 내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판사도 사람인 이상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바라보아 주었으면 합니다”

이런 대목에서 민일영 법원장이 취임 이후 활발하게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를 조금 알겠다.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 봉사라든가 재활원 봉사 등 그가 행하는 사회 봉사는 국민들과 더 가까워지려는 친근한 법원을 만들려는 소신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민 법원장의 모습은 판소리 '명창'의 모습을 닮았다. 혼신의 '소리'로 '남'에게 울림을 주는.

이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