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

2010.02.16 11:59

범의거사 조회 수:12330

  동아일보의 법조팀장인 이수형기자가 쓴 "오프 더 레코드"(프레스21 刊, 2001)---1984년에 나온 "법에 사는 사람들"(동아일보 이영근, 김충식, 황호택 공저)과 1986년에 나온  "법관과 재판"(조선일보 이혁주, 김창수 공저) 이후 오랜만에 보는 현직 기자가 쓴 법조계 관련 책인데다, 저자의 筆力이 돋보여 흥미진진한 책이다. 누구든 연말연시에 한가한 틈을 이용하여 一讀할 만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법조출입기자의 집념, 고뇌, 애환, 긍지, 사명감 등등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순간 순간 내뱉는 自嘲의 말과 행간에 놓인 직업의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타고난 기자이다. 역대 최다 特種賞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한보사건의 김현철 관련 이성호 추적보도, 옷로비 사건의 사직동팀 보고서 추적보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지원 보도 등이 그의 발과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건들의 취재 보도에 얽힌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그런데, "오프 더 레코드"에서조차 "오프 더 레코드"한 것---"탈고 안 된 진실", 옷로비 사건과 관련하여 저자 자신도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했던 것이 있다고 한다(책 263쪽). 그 내용이 과연 무엇일까? 사뭇 궁금하다.

  내 위치가 위치다 보니 誤判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히 관심을 끌었다. 재판을 통하여 가부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에게는 유무죄의 갈림길에 놓일 때가 사실 제일 고통스런 순간이다. 솔직히 당사자 본인 외에는 神만이 알 수 있는 것을 그도 저도 아닌 인간이 판단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결국 주어진 상황, 밝혀진 사실관계를 놓고 최선의 답을 찾으려 하지만.... 아마도 모든 판사들에게 있어 오판의 위험성은 영원한 굴레가 아닐는지. 이 책을 읽으며 미미한 민사 소액사건의 기록도 다시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