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삼한사미(三寒四微)

조회 수 22 추천 수 0 2019.03.09 21:56:15

   

어제는 기해년의 봄 들어 모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을 하였다.

도대체 얼마만인가.


나흘 전이 경칩(5)이었다.

봄이 되어 겨울잠을 깨고 나온 개구리가 아직 남은 추위에 깜짝 놀라 도로 움츠린다는 날이다.

그런데 이번 경칩에는 개구리가 움츠릴 추위가 없었다.

대신 추위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때문에 질식사를 한 개구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 겨울 들어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덮는 날이 반복된다는 뜻)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자주 하늘을 덮었지만, 그래도 사나흘 지나면 다시 하늘이 맑아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27일부터 이 나라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그제(37)까지 무려 9일간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개구리가 땅 위로 머리를 내밀던 경칩의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라는 기록을 세웠다.

창피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온 나라를 뒤덮은 미세먼지로 국민이 고통을 겪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판국에, 휴대폰에 수시로 뜨는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문자는 불난 데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온 국민이 이미 몸으로 미세먼지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인데 새삼스레 무슨 주의보(경보)란 말인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국민 전부한테 그런 문자를 보내려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텐데, 마치 돈 들여 그런 주의보(경보)를 보내 놓기만 하면 내 할 일은 다 한 것이라는 식의 당국의 태도가 너무나 무책임하다.

여론이 악화되어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그제서야 호들갑을 떨며 각종 땜질처방을 남발하는 태도는 또 무언가.


중국 발 미세먼지의 저감은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니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중국에 대해 저감조치를 제대로 요구라도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경유차의 이용을 권장하고 탈원전을 외치면서 화력발전을 늘린 정책의 당부 등 근본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이, 길거리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식의 기가 막히는 발상이나 하는 위정자들의 행태에 장삼이사(張三李四)는 가슴이 내려앉을 따름이다. 입만 열면 자기네와는 상관없는 온갖 일에 간섭하고 목청을 높이던 언필칭 환경운동가들은 정작 온 국민을 피폐케 하는 이런 절박한 환경문제에는 왜 침묵하는 걸까.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아예 도외시하고 특정 이념에만 경도되어 파당(派黨)화 되어 있는 위선의 가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중환(李重煥. 1690-1756)택리지(擇里志)에 나오는 글귀가 떠오른다.


의관을 갖춘 벼슬아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면 온 대청에 떠들썩한 웃음소리만 들릴 뿐이고, 정치와 사업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자기에게 이로운 일만 도모하여, 사실상 나라를 걱정하고 공적인 일에 몸을 바치는 사람은 드물다. 관직과 품계를 몹시 가볍게 여기고 관청을 여관처럼 여긴다....(중략)...개벽 이래로 천지간의 모든 나라 가운데 인심을 가장 심하게 어그러뜨리고 망가뜨리며 유혹에 빠져 떳떳한 본성을 잃어버리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붕당의 폐단이다. 이보다 더 심한 환란은 없다. 이대로 습속을 바꾸지 않는다면 장차 세상이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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