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2022.02.28 23:30

우민거사 조회 수:245

 

어느새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임인년도 벌써 1/6이 지나갔다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빠른 세월이다마치 흐르는 물살 위에 놓인 것 같다.

특히 2월은 더욱 그렇다.

 

그 세월의 흐름 속에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른 아침에 요란한 새소리에 문밖을 나서니 언제 왔는지 왜가리들이 반긴다.

지난해 늦가을에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갔는데

그 추위가 물러가니까 다시 날아온 것이다.

 

판소리 흥보가의 눈대목 중 하나인 제비노정기를 떠올리게 한다.

 

반갑다 왜가리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얼씨구나 왜가리

강남은 가려지(佳麗地)는데어이하여 다 버리고 누추한 이내 곳을 허위허위 찾아오느냐.”

(제비노정기 중 제비를 왜가리로 바꿔 보았다)

 

물론 얼마 안 지나면 제비도 날아오겠지만우선은 먼저 온 왜가리가 반가울 따름이다

촌부의 고향 마을이 중부지방 최대의 백로· 왜가리 도래지(천연기념물 제209)인 까닭에

봄이 되면 이렇게 왜가리가 먼저 봄소식을 전한다촌부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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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나선 김에 금당천으로 가니 이곳 또한 봄 내음을 물씬 풍긴다

겨우내 개울을 두껍게 덮었던 얼음이 다 녹고 물이 소리 내며 흐른다

그 위에서 물오리들이 제 세상 만난 듯 헤엄을 치며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 옛 시인의 흉내를 내본다.

 

拄杖看山色(주장간산색)

回頭聽水聲(회두청수성)

野鴨川上立(야압천상립)

相對兩關情(상대량관정)

 

지팡이 짚고 산색을 바라보다

고개 돌려 물소리를 듣는다

금당천에서는 물오리가 노니는데

마주 보고 대하니 서로 정이 끌리네

 

***조선 후기의 문신 권이진(權以鎭. 1668-1734)이 지은 시이다

원문은 3행이 白鷗沙上立’(백구사상립흰 갈매기가 백사장에서 노니는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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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나라가 이렇게 넓었던가.

어제 올랐던 계방산은 눈과 상고대로 덮인 설국(雪國그 자체였는데

금당천은 영락없는 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으니자연의 신비가 새삼 놀랍다.

 

작금의 21세기에조차도 

중국은 대국이고 우리나라는 소국이라고 스스로를 비하(卑下)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어이없는 위정자(僞政者)들도 있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촌부에게는 금당천이 바로 도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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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의 계방산 모습] 

 

다시 시조 한 수를 읊조린다.

 

이러하나 저러하나 금당천이 편코 좋다.

청풍은 오락가락 명월은 들락날락

이 중에 병 없는 몸이 오락가락 하리라.

(작자 미상의 시조이다원문은 금당천->이 초옥’. ‘오락가락->자락깨락’)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온다.

그러니 가는 것은 미련없이 가게 내버려 두고오는 것을 조용히 맞이할 일이다

때로는 기쁘게때로는 슬프게.

 

이제 열흘 후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곧이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로서는 싫든 좋든 하회를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

촌노는 그저, 

이왕이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올바른 정부,

나라를 태평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정부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그 결과 ‘이민이나 가야겠다’고 하는 말을 앞으로는 주위에서 더 이상 안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비노정기의 대목을 다시 떠올린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얼씨구나 바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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