辭職 인사
2010.02.16 13:35
23년 4개월간의 법관 생활을 마감하고 법무법인 화우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법원과 법원 가족 여러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음 속 깊이 새겨서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법관을 천직으로 생각했고 그 직무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법관의 짐은 너무나 크고 무거웠습니다. 그 짐의 무게가 저의 체력과 지혜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허겁지겁 쫓기는 생활 속에서 부실재판의 두려움에 가위 눌리곤 하였습니다. 이제 그 짐을 벗고 보니 무척 홀가분합니다. 힘겨운 짐을 내려놓은 해방감이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보다 앞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짊어졌던 짐을 남아 계
신 여러분께 떠넘긴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사법불신은 구조적이고 숙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국민들이 남을 존중하고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이 욕심의 안경을 쓰고 인식하는 사건 실체와 법관들이 증거의 필터를 통하여 인정하는 사건 실체 사이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그 차이가 곧바로 불만과 불신을 낳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사법개혁작업이 이와 같은 불신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조대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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