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2010.02.16 11:56

범의거사 조회 수:14087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테러사태의 여파로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취업난이 심화되어 이제는 웬만한 기업의 입사시험 경쟁율이 100:1을 넘어가는 것이 일반화되다 싶이 하고 있다.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는 시험, 이 땅에 태어나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적어도 입사시험을 통과하여 직업이 결정되기까지는.

  그 많은 시험 중에서도 그 어려움에 관한 한 白眉라고 할 만한 시험이 있다. 바로 사법연수원 졸업시험으로, 이 시험을 치르고 난 사법연수생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일 거라고"  

  아침 9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한 과목을 하루 종일 시험을 본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면 감독관으로부터 출입증을 받아야 하고, 화장실에는 별도의 감독관이 지키고 있다. 점심도 시험장에서 알아서 해결하여야 한다. 때문에 그냥 굶는 연수생도 많다. 한 과목당 주어지는 시간이 9시간이지만,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고 나면 대부분 녹초가 되기 때문에 다음 날은 하루 쉬고 그 다음 날 다시 시험을 본다. 그렇게 다섯 과목을 보므로 시험이 전부 끝날 때까지 열흘 걸린다. 비몽사몽간에 이 열흘을 지내노라면 연수생들은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무릇 시험이라는 것이 쉽든 어렵든 그 자체로 수험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데, 이처럼 열흘에 걸친 시험을 무사히 마치려면 그야말로 초인적인 인내심과 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더구나 대개 그 시험 몇 달 전부터 "쎄븐일레븐"(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의 공부를 해온 마당이니 말해 무엇하랴.
  지금은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모변호사는 그 시험을 볼 때 체력 관리를 위하여 시험 중간에 그의 처가 만들어준 특식을 먹고는 배탈이 나 정작 시험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바람에 사법연수원을 1년 더 다녀야 했다.

  아래의 신문기사가 21년 전에 바로 그 시험을 치렀고, 4년 전에는 그 시험을 채점하느라 달포를 악전고투한 끝에 십이지장궤양에 걸려 고생했던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동아일보 2001/10/25 18:27)

                       졸업시험 중 졸도 사법연수원생 숨져


장시간에 걸친 사법연수원 시험을 보다 쓰러진 연수원생이 10여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연수원 수료를 앞둔 31기 이모씨(33·여)는 12일 7시간 동안 계속된 형사변호사실무 과목 시험을 끝낸 직후 쓰러졌다. 이씨는 이달 이틀에 한번 꼴로 5개 과목의 최종 시험을 치르던 중이었다.

이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상태에 빠졌고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해오다 24일 밤 사망했다.

사법연수원의 한 교수는 “연수원 성적이 졸업 후 진로는 물론 승진 등 인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수원생들이 시험에 극도로 신경쓰고 있다”며 “이씨가 시험 스트레스 등으로 숨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수원 졸업시험은 최장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치러지는 데다 사시 합격생 수가 매년 최고 1000명까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연수원생들은 시험기간에 긴장과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