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까?
2010.02.16 10:59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詩=
나는 행복합니다
배 영 희 作
나는 행복합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 것도 아는 것 없고
건강조차 없는 작은 몸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죄악
피해갈 수 있도록
이 몸 묶어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당신 느낌 주시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남은 것은 천상을 위해서만
쓰여질 것입니다
그래도 소담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런 사랑에 쓰여진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19살에 뇌막염을 앓은 후 장님에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서만 생활하는 37살의 여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뿐인 여인,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천사의 그것인 여인. 그녀의 너무나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녀가 낭송하는 이 詩를 들었을 때 筆者는 띵해진 머리로 인간의 삶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음성 꽃동네에서 본 이 여인의 모습이 영구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도 예외없이 갖가지 행사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심지어 일본의 한 장애인을 불러다 놓고 온 매스컴이 호들갑을 떨었다. 필경 적지 않은 돈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그런 일과성, 전시성 행사나 벌리면서 자기 혼자 장애인을 위합네 하는 그들이야말로 정신적 장애인이 아닐까? 차라리 회비가 월 1,000원밖에 안 되는 꽃동네 회원이 되라고 권하고 싶다.
천병상 시인의 말처럼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것인가?
(1999. 4. 29. 자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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