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장님의 퇴임에 즈음하여(퍼온 글)

2010.02.16 11:35

이우근 조회 수:10963

권 광중 사법연수원장님의 퇴임에 즈음하여...

오늘 우리는,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權 光重 司法硏修院長님의 사임과 그에 따른 인사발령을 접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원장님께서 걸어오신 30년 법관의 길은 忍苦와 희생의 긴 歷程이었고, 그 고통이 컸던 만큼, 보람과 감동 또한 매우 깊었던 세월이었습니다.

사법파동과 10월維新, 釜馬와 光州의 비극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의 숱한 波高를 넘어오는 동안, 원장님은 법관의 양심을 꿋꿋이 지켜오셨을 뿐 아니라, 그 어두운 역사의 현장에서 호흡하는 한 지성인으로서 시대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원장님의 수많은 판결과 평소의 소신을 통하여 한 법관의 올곧은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었고, 이 시대 司法의 고뇌와 번민, 그리고 꿈과 희망을 배워 왔으며, 또한 이로써 우리들 자신의 慰勞와 삶의 座標를 만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재판과 사법행정 양면에서 뛰어난 능력·남다른 성실성으로 탁월한 법률실무의 업적을 쌓아 오시면서도, 한편으로는 빼어난 학문적 성과를 우리 법조계에 남기셨습니다.
원장님의 논문을 읽지 않은 동료·선후배들이 거의 없고, 그 精致한 이론전개에 탄복하지 않은 법조인 또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원장님께서는 사법연수원의 교수와 수석교수를 거쳐 제13대 사법연수원장으로 재임하시는 5年 여의 기간을 통하여 "꾸준히 수련하는 바른 법조인像"을 몸소 보여 주심으로써, 후진 법조인양성에 독보적인 龜鑑이 되셨을 뿐 아니라, 우리 사법연수원을 창조적인 문화공간으로 키워 가는 데에 온 心血을 기울이셨습니다.
  
       사법연수원 건물 정면에 걸린 "자유 평등 정의"의 큰 글자가 우리 눈에 들어올 때마다,
       강의실과 복도와 계단 곳곳에서 향기를 뿜어내는 格調 높은 미술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또, 연수원 온 구내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에 心醉할 때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직접 주도하여 제정하신 사법연수원가를 한 목소리로 부를 때마다,
       한 선배 법조인의 重厚한 인격과 그 따뜻한 가슴의 기억으로
       저희의 마음은 늘 떨려 올 것입니다.  

이제, 원장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저희에게 남겨두시고, 온 법조인들의 아쉬움 속에 30년 법관의 길을 마감하려 하십니다.
바라기는, 원장님의 큰 뜻을 남은 저희들이 바르게 이어갈 수 있도록 在野에서도 변함 없는 사랑으로 지도해 주시기를 고대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열어 가시는 재야법조의 길과 원장님의 가정 안에 하나님의 은총의 섭리가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00.  7.  4.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李 宇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