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또 다른 이름은?

2010.02.16 11:15

범의거사 조회 수:12718

여러분 교수님의 또 다른 이름은?

이제 29기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30기는 2학기 시험의 마지막 고비를 남겨 두고 있군요. 그 시험이 끝나 한 숨 돌리면 곧 새로운 천년이 열리고, 30기 여러분은 실무수습을 위하여 전국 각지로 흩어지겠지요. 그리고 그 수습을 마치고 연수원으로 다시 복귀하였을 때는 아마도 교수님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무릇 萬物은 流轉하는 법이니 교수진의 면모가 변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일 것입니다. 마치 29기가 나가면 31기가 새로 들어오듯이.
그래서 머지 않아 여러분들과 헤어지게 될 교수님들의 雅號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 기회에 여러분이 그 얼굴을 다시 뵐 것으로 추측되는 교수님들의 雅號도 아울러 소개합니다. 일부러 기억하려고 할 것은 아니로되, 알아두어서 나쁠 것도 없겠지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설원의 스키장을 머리 속에 그리며 남은 시험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1) 원장님 : 沃峰
       원장님의 고향이 충청북도 沃川입니다. 沃천의 峰우리에 뜬 둥근 달을 그려보십시오. 우리 연수원, 나아가 사법부, 아니 법조계 전체를 훤히 비추는 달을 말입니다.

(2) 부원장님 : 柳溪
       시냇가의 버드나무는 비가 안 와도 잘 자라는 법이지요(溪邊揚柳不雨長).
       또한 버드나무가 늘어선 시냇가는 낭만이 넘쳐나는 곳이고요. 風流男兒의 멋을 보여주는 부원장님의 수려한 외모를 떠올려 보십시오.

(3) 윤영선 교수님 : 道岩
      유장한 남도길과 의연한 바위는 곧 윤교수님의 상징이자 진면목입니다. 號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윤교수님의 육성으로 들어보면,
      "내 딴에는 길가의 커다란 바위를 연상하고 道岩이라고 作號하였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아무의 발끝에나 다 채이는 돌멩이신세가 되어뿌렀네."

(4) 이상훈 교수님 : 中砥(중지)
      黃河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다 중류에서 꺾여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해바다로 빠진다. 이처럼 황하의 물줄기가 중간에 바뀌는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하나 자리잡고 있으며, 그 바위로 인하여 바뀐 물줄기는 곧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이 바위를 일컬어 "中流의 砥柱" 혹은 줄여서 "中砥"라고 한다.
        한때 大權十龍의 반열에 올랐던 천하의 이교수님한테 아주 적합한 號가 아닐까요. 대학생 시절에 지어 한 때 애용하였던 "巨志皇"이라는 호는 용도폐기하였다고 합니다.

(5) 이진성 교수님 : 담은
      재작년 한글날에 스스로 作號한 순 우리말입니다. 이 풍진 세상의 好不好를 한 그릇에 담아내겠다는 이교수님의 雄志가 서려 있지요. 김용호 교수님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결혼하지 아니한 여자연수생들에게 최고의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 이유를 알 만....
      一說에는 여자를 피해 연못(潭) 속에 숨었다(隱)고 하기도 합니다.

(6) 목영준 교수님 : 樵愚(초우)
      '樵'는 '땔나무, 나뭇꾼'이라는 의미이고, '愚'는 '어리석은, 우직한'이라는 뜻이니, 결국 전체 뜻은 '나뭇꾼과 같은 우직함'이라고 합니다. 목교수님의 先親께서 '才乘德薄'을 경계하시어 위와 같은 號를 지어주셨다는 전설이 예로부터 전해집니다.
        겸손이 너무 지나치면 非禮가 아닐까요! 아무튼 결혼한 여자연수생들에게 최고의 인기가 있었다고 자칭하시는 목교수님의 호로는 다소 의외일 것입니다.

(7) 이형하 교수님 : 二村
      본래 白頭居士라는 雅號를 즐겨 사용하셨는데, 머리가 검어짐에 따라 사시는 곳(동부이촌동)을 반영하여 새로 作號하신 것입니다.
        이교수님의 白頭는 나이에 비하여 너무 젊게 보여 위엄을 갖추기 위하여 일부러 희게 염색한 것이었고, 요사이는 나이 먹는 게 서러워 본래의 젊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염색약을 지우셨다고 합니다. 확인할 길은 없으나, 평소 정확한 소식통임을 자부하는 樵愚禪師님의 말씀이니 믿어야겠지요.

(8) 석호철 교수님 : 素淡(소담)
      사법연수원의 인격자로서 평소 고매한 인품을 자랑하시는 石品선생의 가히 그다운 雅號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맑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석교수님의 평소 생활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합니다.

(9) 이성보 교수님 : 螢山(형산)
      사모님께서는 평소에 댁에서 이교수님을 이 雅號로 부르신다고 합니다. 한국일보에서 21세기를 빛낼 대표적 법조인으로 선정한 이교수님이 어둠 속에서도 환한 빛을 발할 날을 기대합니다!

(10) 박삼봉 교수님 : 霽月(제월)
      먹구름이 물러간 후 밤하늘을 밝히는 보름달, 그것은 곧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맑음이 마치 비 갠 후 부는 청량한 바람이요 환한 달빛(胸懷灑落 如光風霽月)"이 아닐까요.
      전형적인 선비의 모습을 하고 계신 박교수님을 한 마디로 상징하는 호가 아닐는지요.

(11) 이동명 교수님 : 凡松
      본래 평범한 소나무가 땅 속의 물을 더, 그리고 많이 빨아들이는 법입니다. 이교수님이 無量으로 자랑하시는 폭탄주 실력의 유래를 알 만하겠지요.

(12) 이인복 교수님 : 心齋(심재)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라.
      『莊子』의 "人間世" 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형식은 孔子가 그의 수제자인 顔回에게 가르침을 주는 외양을 취하고 있으나, 실은 莊子가 중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마음을 맑게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無聽之以耳, 耳聽之以心).
           귀는 소리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마음으로 듣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헛된 관념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 마음을 비웠을 때 그 곳에 비로소 道가 깃든다(唯道集虛).
           그렇게 마음을 텅 비우는 것, 그것이 곧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다(虛者, 心齋也)."
       이교수님께서는 한 동안 심란(心亂)했었는데, 마음을 비우고 나니 너무나 평안하시다고 합니다. 그 비운 마음을 여러분이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13) 김지형 교수님 : 晴虛
       그 마음의 티없음은 가히 비 갠 뒤의 하늘(晴)이며, 탐진치(貪瞋癡)를 버리고 깨끗이 비워놓으심(虛)은 중생의 귀감이라.
       부처님 같은 인상과 온화한 말씨를 자랑하는 金교수님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호라고 생각됩니다. 6반 연수생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14) 박병대 교수님 : 德隱
       德不孤라!
       덕은 숨어 있어도 본래 외롭지 않은 법이니, 박교수님을 보면 그 의미를 실감하실 것입니다. 큰 바위 얼굴을 연상케 하는 박교수님한테 천생연분의 호가 아닐는지요. 그 동안 연수원에서는 "人品" 하면 "石品"을 떠올렸는데, 이젠 그 자리를 내 놓을 때가 되었나 봅니다. 樵愚禪師님의 말씀에 의하면 박교수님은 "법조윤리" 그 자체라고 합니다.
       박교수님은 이 雅號로 서예전에도 참가하셨다고 합니다. 혹시 글씨가 필요하시면 연락하시라는군요. 본래 大家의 작품은 초기의 것이 비싸답니다.

(15) 김용호 교수님 : 단비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내리니 만물이 생성하도다.
       멋과 낭만이 깃든 순우리말 호입니다. 무지한 중생들에게 우리 말 바로쓰기를 늘 강조하시고 몸소 교정해 주시는 것이야말로 바로 단비를 내리는 것이 아닐는지요.
       "담은"에 이어 제2호로 탄생한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다만 一說에 의하면, "團匪(떼도적의 우두머리)"임에 틀림없다고도 하는데, 강의시간에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여 연수생들의 심금을 울리시는 김교수님의 인품으로 보아 流言蜚語일 것입니다.

(16) 허 만 교수님 : 滿虛
       가득 참은 곧 텅 빈 것과 같다.
       色卽是空의 오묘한 철학을 담은 雅號입니다.
       허교수님으로부터 作號의 부탁을 받은 中砥대사가 순간적으로 얻은 영감에 의하여 교시하셨으니 이를 일러 見性悟道라고 할까요. 부르면 부를수록 심오한 경지가 느껴지는 호입니다. 허교수님이 본래 만해선사나 만공대사의 사제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요?
       (異說) 봄이 왔건만 여전히 텅 빈 채로 있는 가슴을 가득 채워보고 싶은 갈망을 이 號에 담았다는 유력한 소수설이 나뭇꾼(樵愚)으로부터 제기되었는바, 역시 미확인보도입니다.

(17) 서우정 교수님 : 弘耕
       28기 연수생 500명을 전국의 전문기관에 보내고, 이어서 29기 연수생 600명을 또 다시 전국의 실무수습지로 파견하셨던 서교수님은 雅號 그대로 세상을 넓게 경작하고 계십니다. 서교수님에게는 정말로 우리나라의 山河가 너무 좁습니다.

(18) 성윤환 교수님 : 如山
       우리 나라의 산에는 설악산과 같이 하늘로 치솟은 바위와 천길 낭떠러지를 자랑하는 산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과 같이 펑퍼짐하게 살이 찌고 푸근한 산이 있습니다. 후자를 흔히 肉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肉山과 같으신 분이 바로 성교수님 아닐까요. 서예가인 如初선생이 지어준 호라고 합니다.

(19) 김제식 교수님 : 淸雲齋(청운재)
       공부하다 지친 눈으로 창 밖의 하늘, 그리고 거기에 떠 있는 흰 구름을 보십시오. 김교수님의 해맑은 얼굴이 겹쳐지지 않습니까?
         아래는 김교수님이 직접 밝히신 作號沿革입니다.
       "소생은 충남 瑞山郡 大山面 雲山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산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누구처럼 출생 마을 이름을 따라 雲山이라는 아호로 불린 적이 있으나 맘에 차지 않아 바로 용도폐기하고 출신지역에 산이 셋이 들어간 점을 고려하여 석뫼, 三峰, 三山등으로 할까 생각했었으나, 雲山보다 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漢學에 조예가 깊은 대산중학교 시절의 교장선생님으로부터 靑雲齋라는 아호를 받았습니다."

이상은 지금까지 확인된 교수님들의 雅號입니다. 열린 마당의 지도교수이신 이해완 교수님은 공개를 끝까지 거부하셔서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열마운영진 중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 밖에 조관행 교수님의 雅號가 "외람"이라는 풍문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又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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