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마열전(무림대회는 끝났다)

2010.02.16 11:12

수향처사(노영보) 조회 수:11271

  열마열전(무림대회는 끝났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무림대회도 끝나고 이제 원로방의 방주들에 의한 심사만이 남았다.

과연 철나비 경화공주와 풍운아 바람의 검의 서초벌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경화공주는 수 많은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무림지존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그 최대의 걸림돌은 우리의 호프(hope, 맥주원료 hop가 아니다) 준서방 바람의 검임은 이미 공인된 터...

바람의 검의 무예절륜함은 공지의 사실이고, 그밖에도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즐비한 중원이니 아무리 천하의 경화공주라 한들 지존자리 지키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으리라...

그 외에도 관심사는 또 있다. 2차 예선에서 수많은 강호들을 물리치고 패권을 안았던 향기낭자는 그 여세를 몰아 최종대결에서 새로운 무림지존으로 등극할 것인가? 향기낭자 역시 兩文 시대의 도래를 무기력하게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경화공주와 향기낭자의 대결 뒤에는 원로방 방주들의 암투도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다. 경화공주의 지도 방장인 회사초식의 중지대사와 향기낭자의 지도방장인 집행초식의 범의거사는 소아병적 집단의식에 사로잡혀 서로가 자기 지도제자의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필요할 경우 자신들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라는 헛소문이고 보면 이번 무림대회가 원로방내 방주들 사이의
대회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기도 한다.

평소 경화공주에게 법률영어비전을 전수한 바 있어 그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던 도산초식의 수향처사는 향기낭자를 알현한 후에는 그 인품과 미모에 감명받은 나머지 엄정중립으로 돌아서 은인자중 하고 있다하나, 워낙 경박한 성품이라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향기낭자의 옛 형사지도방장인 부동산취권의 범송대사가 범의거사의 편을 들 경우 이는 공평의 원칙에 반하므로 한 합에 격퇴하겠다는 그의 호언을 믿을 수 밖에....

또 이미 대회 직전의 4차 수련기간에 벌어진 연습 대련에서 상당한 내공을 쌓은 것으로 밝혀져 원로 방장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하였던 뽀공의 순위는 어찌 될 것인가? 수향처사의 로맨티시즘 수제자 이슬공자는? 구라권법과 빈대배째라마공의 거두 야만족의 희망 갈공과 형설지공을 쌓은 형공은? 또 수향처사의 이름
종씨 열린마당 마당쇠 까우치공의 운명은?

어쨋든 이번 무림대회를 마치고, 신진기예 강호들의 진로문제를 같이 고민하여야 하는 원로방 방주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무림대회의 성적결과가 장래를 어느 정도 결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그 결과만을 가지고 자신의 장래를 결정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여 무조건 어림군이나 황실검찰대에 응모하여서는 안되고, 또 약간의 팔힘의 차이로 순위에서 밀렸다고 하여 의기소침할 필요는 더더구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어림군이나 황실검찰대원으로 복무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솔직한 대답을 얻은 후 확신에 찬 판단을 하여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강호의 원로 장문인들이 이끄는 대형 문파에 들어가 더욱 실력을 쌓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장래의 발전 가능성, 근무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 보아야지 얼렁뚱땅 결정하여서는 안된다.

  그 뿐 아니다. 어림군 아니더라도 다른 별기군에 응모하여 전문화된 무공을 개발하여 대가가 되거나, 또 거상들이 운영하는 막부로 들어가 가내 대신이 되는 방법도 있다 한다. 그 밖에도 전문무공의 개발을 위하여 여러 유사 어림기관들을 알아보는 강호들도 많다. 또 조직생활보다 자유스러움이 좋다면 차라리 문파보다 나홀로 지내는 고수들 밑에서 오손도손 지내면서 지도를 받아 힘을 기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특별한 재능과 배경(예컨대 어느 정도의 나이나 직장경험 등)이 없는 한 스스로 문파를 개설하는 것은 최후로 선택함이 어떨까 하는 것이 원로들의 의견이라고 한다.

  어림군으로 가든, 문파로 가든 수향처사가 제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용기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동료들보다 약간 나은 결과를 얻은 덕분에 어떠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여 그 때마다 그에 집착해서 그 기득권을 누리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단기적로는 안전할 지 몰라도 끝내 대업을 이루지는 못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자기 인생을 걸고 큰 도박을 하여 이긴 사람들이다.

  인생의 이치가 이러할 진대 이번 대회전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 함은 대장부가 취할 태도가 못된다. 원래 하나의 작은 기회에 불과한 것이니 얻은들 무엇이 기쁘고 잃은들 무엇이 아까우랴....

  하여튼 이번 무림대회 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그 험난한 수련기간을 잘도 버텨온 젊은 무림의 강호들에게 원로 방장들은 최대의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