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동남풍
2015.12.27 21:56
冬至도 지나고 乙未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1월 1일에 올해를 맞이할 때는 설렘도 많았는데,
이제와 돌이켜 보면 대내외적으로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역시 乙未年의 이름값을 한 것 같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녹녹치 않은 안보환경,
거기에 더하여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일어나는 끊임없는 갈등...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인데,
작금에는 반대로 국민이 당장 먹고 살 문제인 경제를 걱정하는 것도 모자라 정치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이니, 뉘 있어 국민의 이러한 답답함을 풀어줄까.
한겨울에 동남풍을 일으키는 제갈공명의 지혜가 절실하기만 하다.
각설하고,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 이어지다가 요 며칠 수은주가 떨어져 비로소 겨울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29일 화요일에는 다시 풀린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때에는 오히려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
서울을 떠나 金堂川邊에서 보내는 겨울밤은
둥근 달(보름달에서 이틀 지난 달)을 제외하고는 깜깜하고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한데,
선뜻 마당에 내려서기가 꺼려질 만큼 공기가 차다.
그래도 大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큼한 차가움을 맛보려고
점퍼의 깃을 올린 채 뜰에 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당나라 시인 張說(장열)이 읊은 것처럼
모닥불을 피우고 술잔이라도 기울이며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면 좋으련만,
더불어 즐길 이가 없어 마음으로 그치고 만다.
夜風吹醉舞[야풍취취무] 밤바람 부니 술에 취해 춤을 추고
庭火對酣歌[정화대감가] 마당에 모닥불 피워 놓고 즐겁게 노래하누나.
愁逐前年少[수축전년소] 지난해의 근심일랑 다 떠나보내고
歡迎今歲多[환영금세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많이 있기를.
---張說(장열)의 岳州守歲(악주수세)---
다가오는 새해는 丙申年이다.
붉은 원숭이처럼 병 없이 신나게 사는 한 해(년)가 되면 좋겠다.
아울러 공명선생의 동남풍을 기원한다.
乙未年 歲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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