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경칩의 단상)

2016.03.07 20:56

우민거사 조회 수:263


그제가 경칩(驚蟄)이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오후 들어서는 마치 장마철이나 된 듯 한동안 장대비가 쏟아졌다.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이었다. 기온도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돌았다. 경칩을 맞아 그 이름값을 하느라고 정녕 봄이 찾아온 것일까. 작년 경칩은 36일이었는데, 그 때는 날씨가 어떠했나 보려고 당시에 쓴 글을 찾아보았다.


아래는 그 때 쓴 글의 일부이다.

 

한 해가 바뀐 후 이날 하늘에서 첫 번째 천둥이 치니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땅 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이라는 글자는 본래 겨울잠 자는 벌레를 뜻하고, 겨울잠 자는 동물이 개구리만 있는 게 아닌데도, 언제부터인가 경칩(驚蟄)’ 하면 사람들은 의례히 개구리를 유독 떠올린다. 하긴 친숙한 개구리를 놔두고 징그러운 뱀을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경칩을 즈음하여 겨울의 찬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기온이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인가 요사이 며칠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신기하리만큼 물러갔다. 어제 오늘 낮에는 오히려 평년 기온을 능가할 정도였다.

 

금년에는 며칠 더 지나야 꽃샘추위가 찾아온다는 것 말고는 작년과 올해의 경칩날 날씨가 너무 닮았다. 124절기 중 같은 경칩이니 날씨가 비슷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데, 근래에는 세계적으로 하도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나다 보니 그 당연함이 오히려 당연하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작금에는 정상과 비정상이 헷갈리는 혼돈 속에서 살고 있고,

그것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면서도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데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북한정권이

유엔의 강력한 제재가 시작되자 이젠 선전포고라도 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게 정상인가. 저네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은행에 돈을 맡기면 마땅히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맡기는 측애서 반대로 맡기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는 또 뭔가?

범부의 눈에는 비정상의 극치로 보이는데,

EU에 이어서 일본도 중앙은행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고,

지난 연말에 금리를 올렸던 미국조차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게 될지 모른다는 말도 들린다.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도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이다.

도대체 어느 것이 정상인가. 헷갈릴 뿐이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413)를 코앞에 두고 확정된 선거구를 보면, 서울에서는 몇 개 동()만으로도 국회의원을 내는 곳이 있는데,

강원도에서는 무려 5 개 군을 합쳐야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선거구의 면적은 거의 서울의 10배나 된다.

표의 동등가치를 강조하다 보니 벌어진 기현상이다.

이곳에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어떤 지역공약을 내걸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이 전국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필경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즈음하여 선거구 재조정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농심배 한,중,일 국가대항전 바둑대회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3연승을 달리던 이세돌 9단이

중국의 마지막 주자인 천적(역대 전적이 27패이니 천적이라 할 만하다) 커제 9단에게 또 지는 바람에 한국이 우승을 놓쳤다는 소식이다.

천적을 만났다고 해서 꼭 져야 정상인가?

심기일전하여 앞으로는 자주 이겨 이기는 것이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하여 본다.

그에 앞서 컴퓨터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만큼은 이겨서 아직은 인간의 지능이 컴퓨터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게 정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