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좌우명(座右銘)

조회 수 10030 추천 수 0 2013.04.07 16:01:15

 

좌우명(座右銘)은 옆에 놓고 아침 저녁으로 바라보며 생활과 행동의 길잡이로 삼는 명언(名言)이나 경구(警句)를 말한다. '명(銘)'은 쇠붙이에 새긴 글이라는 뜻이다.

 

 

이 좌우명의 유래가 재미있다.

좌우명은 본래 글이 아니라 술독을 사용했다고 한다.

 

춘추5패(春秋五覇)의 하나였던 제나라 환공(桓公)이 죽자 묘당(廟堂)을 세우고 제기를 진열해 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술독이었다. 그런데 이 술독은 묘하게도 텅 비어 있을 때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가, 술을 반쯤 담으면 일어섰고, 가득 채우면 다시 엎어지는 것이었다.

 

하루는 공자가가 제자들과 함께 그 묘당(廟堂)을 찾았는데, 다방면에 걸쳐 박식했던 공자도 그 술독만은 알아 볼 수 없었다. 담당관리로부터 설명을 듣고 나서 그는 무릎을 쳤다.

 

“아, 저것이 바로 그 옛날 제환공이 의자 오른쪽에 두고 가득 차는 것을 경계했던 바로 그 술독이로구나!“

 

그는 제자들에게 물을 길러와 그 술독을 채워 보도록 했다. 과연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던 술독이 물이 차오름에 따라 바로 일어서더니 물이 가득 차자 다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공자가 말했다.

 

“공부도 이와 같은 것이다. 다 배웠다고 교만을 부리면 반드시 화를 입게 된다”

 

좌우명이 술독에서 글로 바뀌어 다시 태어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다.

주인공은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학자 최원(崔瑗, 78-143. 호는 子玉)이다.

그는 자신의 형이 피살되자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고는 도망쳐 다녔다. 후에 죄가 사면되어 고향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행실을 바로잡을 글을 쇠붙이에 썼다. 그리고 이것을 의자 오른쪽에 걸어 두고 매일 쳐다보면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이것이 좌우명의 효시이다.

 

당시 최원이 쓴 좌우명은 다음과 같다.

 

無道人之短 無說己之長 施人愼勿念 受施愼勿忘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도 말하지 말라.

남에게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은혜를 받은 것은 잊지 말라.

 

世譽不足慕 惟仁爲紀綱 隱心而後動 謗議庸何傷

세상의 명예를 부러워 말고, 오직 어진 마음으로 근본을 삼아라.

마음속으로 헤아리고 행하며, 비방하는 말로 어찌 남을 상하게 하랴.

 

無使名過實 守愚聖所藏 在涅貴不淄 曖曖內含光

실제 이상으로 평가되지 않게 하며, 어리석음을 소중하게 지키고 간직하라.

진흙 속에서도 그에 물들지 않음을 귀하게 여기고, 어둑 속에서 광명을 지녀라.

 

柔弱生之徒 老氏戒剛彊 行行鄙夫志 悠悠故難量

부드럽고 연약함이 삶의 도반이니, 노자는 굳세고 강한 것을 경계했도다.

행동만 앞서는 것은 졸장부의 짓이니, 후일에 닥쳐 올 재앙을 가늠키 어렵다.

 

愼言節飮食 知足勝不祥 行之苟有恒 久久自芬芳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며, 만족함을 알면 불상사를 이겨낸다.

만일 이것들을 늘 지켜 나간다면, 삶이 저절로 영원히 향기로우리라.

 

 

남을 헐뜯지 마라. 제 자랑 늘어놓지 마라. 은혜를 잊지 마라. 허명으로 과대포장하지 마라....   

최원이 죽은 지 거의 1,9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다시 보아도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쇠붙이에는 못 쓸 망정 붓이로라도 써놓고 음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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