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잘 계시죠?
전 지금 청에서 주말 당직서고 있어요.
서울은 대전보다 일 더많으실텐데.... 많이 힘드신건 아닌가요?
처음에 김천으로 발령받고는 서운한 마음도 있었는데 내려와 보니 생각보다 괜찮네요. 아담하고 공기 좋고... 정말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서울집 왔다갔다는 장난이 아니어요, 새마을 기차를 타고가두 저희집은 강남이라 거의 4시간 걸리거든요. 그래서 매주 가지는 못하고 격주로 올라간답니다.
근데 교수님, 물색하고 계신거죠? 쓸만한 총각 말이어요. 서울 올라가면 알아보신다구 하셨잖아요. 저 기대하고 있거든요. 교수님이 괜찮다고 생각해 추천해주시는 사람이면 OK 일것 같으니까요.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주시리라 믿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구, 환절기 감기 걸리지 않도록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멋진 사람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않아 향을 사르고
신청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에 길 가다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