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 현명한 여자
2010.02.16 13:26
결실과 수확의 계절인 10월의 화창한 일요일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신랑, 신부에게 먼저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아울러 양쪽 집안의 어른들께도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 주기 위하여 어려운 걸음을 하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 및 양가의 婚主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신랑 김태균군은, 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후 청운의 꿈을 품고 부모님 곁을 떠나, 물 설고 낯선 타향땅 서울에서 외로움을 달래가며 형설의 공을 쌓아, 마침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다음,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현재는 군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인재이고,
신부 이승은양은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여 기업구조조정 시장의 선두회사인 KDB-Lone Sstar에서 자산관리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재원입니다.
신랑 김태균군과 신부 이승은양이 처음 만난 것은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이었습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에 괜스레 허전해지는 마음을 달래려고 마주 앉은 만남의 시작이, 그로부터 10개월도 채 안 된 상태에서 오늘의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소위 말하는 촌놈 남자 김태균군과 서울 여자 이승은양에게 있어 그 10개월은 남들의 10년에 버금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신랑 김태균군은 전방에서 군복무를 하고, 신부 이승은양은 자기의 전문영역에서 활동하느라 모두 바쁘다 보니 데이트를 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랑 김태균군이 퇴근 후 10년 된 엘란트라를 몰고 멀리 포천에서 서울로 달려오면, 퇴근시각 종이 울림과 동시에 총알처럼 튀어나가 약속장소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신부 이승은양의 모습, 그런 모습이 260일에 210회 연출되었다면 누가 쉽게 믿겠습니까? 그러기에 신랑에게는 "체력의 화신"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신부 역시 "기다림의 여왕"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 마침내 아무 것도 안 보이게 될 무렵, 두 사람을 태우고 다니던 승용차가 두 사람의 연애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한강 다리 위에서 흰 연기를 뿜으면서 장렬하게 산화할 정도였으니, 두 사람의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주례를 맡게 된 것은, 신랑 김태균군이 사법연수원에 다니는 동안 훈장으로서 가르친 인연에 더하여,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데 가교역할을 한 데서 비롯됩니다. 제가 사법연수원 교수시절 이래 30여 회에 걸쳐 제자들을 중매하였지만 그것이 성사되어 결혼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비록 이렇듯 두 사람의 만남에 조그만 역할을 하였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서로 만나서 부부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여자를 보기를 돌같이 하던 남자, 그러기에 동료들로부터 심인성 여인기피증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까지 받던 남자, 신랑 김태균군,
연세대학교 재학중에 퀸으로 뽑힐 정도여서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여자, 그러면서도 여간해서는 남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여자, 신부 이승은양,
이 두 사람에게 도대체 상대방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길래 그 굳건했던 소신들을 접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대답이 뜻밖에도 일치하였습니다. 아니 명쾌하였습니다. 상대방의 착한 마음씨가 무엇보다 좋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신랑 김태균군을 사법연수원 이래 지금까지 보아 오면서 느낀 모습은 "착한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어떤 때는 "부처님의 현신이 아닌가"하고 감탄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신랑 김태균군에서 그런 착한 모습을 발견하고, 거기에 반한 신부 이승은양이야말로 진정으로 착하고 슬기로운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착함과 지혜로움을 갖추었기에 신부 이승은양의 빼어난 미모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잘 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식 한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고, 착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삼 년이 행복하고, 착하고 슬기로운 여자를 만나면 영원히 행복하다"고 합니다.
착한 남자, 착한 여자의 표상인 신랑 김태균군과 신부 이승은양이 오늘 부부로서 백년가약을 맺는 것이야말로, 두 사람의 궁합에도 나와 있듯이,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천생배필의 두 사람이기에,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갈 것이라고 믿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 가교역할을 하였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주례를 맡아 두 사람으로부터 혼인서약을 받은 사람으로서, 신랑, 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서로서로 상대방을 공경하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을 홀대하여서는 안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공경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어려워 할 줄 알아야 그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됩니다.
남을 존경하여야 내가 존경받는다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혈육인 부자지간에도 1촌의 촌수가 있는 데 비하여 부부간에는 촌수가 없습니다. 이는 그만큼 부부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뜻하지만,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먼 사이라는 뜻도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말 한 마디에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공경하고 고마워하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다음으로, 서로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수학공식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간에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이나 넷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왜 그러냐고 그 이유를 캐려 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법조문을 분석하듯, 회계장부를 뒤지듯, 따지고 캐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따라서 생각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애할 때는 공통점만 보이다가 결혼 후에는 차이점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연애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차이점이 그 콩깍지가 벗겨진 결혼생활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런 차이점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냐고 따지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다음의 싯귀를 떠올리십시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당신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생겨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따뜻함으로 날 맞아주기 때문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다가가도
당신의 따뜻함으로 기다렸다는 듯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김은미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서)
그렇습니다. 서로의 가슴속에 가득 채워져 있는 따뜻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십시오. 視而不見하고 聽而不問하십시오.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따지고 캐묻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너그럽게 포용하고 감싸는 현명한 사람이 되라는 것을 새삼 부탁하고 싶습니다.
셋째로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십시오.
결혼은 일방통행도 아니고, 계약도 아닙니다. 결혼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합동행위입니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를 두 사람 인생의 첫째 단계라 한다면, 오늘 이 순간부터는 그 인생의 둘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는 남편이 있기에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기에 남편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서로의 共同善을 추구하는 그러한 삶이 펼쳐져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 말 그대로 一心同體입니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너'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끝으로, 이 자리에 계신 양가의 부모님들은 오늘의 결혼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스런 며느리로서, 사랑스런 사위로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 며느리를 딸처럼, 그 사위를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십시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기에, 한 발짝 뒤에서 두 사람을 격려하고 지켜보시는, 더 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나가는 것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의 착한 마음씨와 빛나는 슬기로, 두 사람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 10. 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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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거사
2010.02.16 13:27
-
범의거사
2010.02.16 13:28
전어 한 상자
주 례 사
방금 사회자로부터 소개를 받은 주례입니다.
다른 해보다 다소 늦기는 하였으나,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어 가는 4월의 화창한 주말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신랑, 신부에게 먼저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아울러 양쪽 집안의 어른들께도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 주기 위하여 어려운 걸음을 하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 및 양가의 婚主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신랑 전보성군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육군법무관을 거쳐 2003. 4. 1.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후 현재는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인재이고,
신부 정은진양은 연세대학교에서 의류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후 CJ홈쇼핑을 거쳐 현재는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구매담당 MD(상품기획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에 다닐 때 스키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여 일류선수급의 스키실력을 갖춘 문무겸전의 재원입니다.
제가 주례사의 첫마디로 지금이 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강조한 이유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기적으로 결혼하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때가 바로 화창한 봄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랑 전보성군과 신부 정은진양이 처음 만난 것은 지금부터 정확히 2년 전인 2003. 3. 29.의 일입니다. 당시 이 자리에 하객으로 참석하고 있는 문준섭군과 그의 여자친구의 소개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이 오늘 이처럼 결혼에 골인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소개를 하는 사람도, 소개를 받는 사람도 모두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당시 신부 정은진양이 입었던 옷을 기억 못하는 신랑 전보성군은 데이트 기간 내내 그 일로 시달림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만, 마음씨 고운 신부가 오늘 이후로는 용서를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렇듯 무덤덤하기 짝이 없던 첫 만남이었지만, 그로부터 100일이 지나는 동안,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 갔습니다. 법무관에서 제대하여 갓 판사로 임관한 신랑 전보성군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신출내기 MD가 된 신부 정은진양이나 모두 직장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때였던 까닭에, 고작 주말에나 얼굴을 잠깐 한 번 볼 수 있었던 정도였지만, 청춘남녀의 내심으로 흐르는 사랑의 감정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보다 6살이나 어린 신부 정은진양에게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과 예의바름에 호감을 느끼던 신랑 전보성군은, 신부의 해맑은 웃음과 발랄하고 적극적인 모습에 반하여 마침내 넋을 빼앗기기에 이르렀고,
신부 정은진양은 나이답지 않은 젊은 사고와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착한 신랑 전보성군의 듬직한 모습에 더하여 끊임없이 탐구하는 열성적 생활태도에 감명을 받아 24년간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만나서 100일이 지나도록 손 한 번 잡지 못했던 두 사람이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한강 둔치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던 순간, 번갯불처럼 덮친 사랑의 전기스파크로 두 사람은 그만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두 사람의 것으로 된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였던가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환하게 뚫리자, 두 사람의 애정나들이는 이때부터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고작해야 시내에서 심야영화나 보았던 데서 벗어나, 두 사람이 처음으로 찾은 곳은 충청남도의 미량포구였습니다.
떨어지는 석양이 연출하는 선홍색 노을을 바라보던 순간, 신부 정은진양의 입에서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오빠, 이런 곳으로 데려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그 순간 신랑 전보성군의 가슴 속은 희열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사온 전어 한 상자는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장인, 장모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초의 뇌물이 되었고, 나중에 벌어진 ‘연대 서문(西門) 심야 음주사건’을 계기로 신랑 전보성군은 장모님의 신뢰를 확실하게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세상이 좁다 하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는데, 특히 두 사람 모두 식도락을 즐기는 터라, 임진강의 황복, 월곶포구의 쭈꾸미, 수덕사의 더덕구이, 서해안의 생굴 등이 주된 사냥감이 되었고, 이동 양념갈비의 감칠맛은 신부 정은진양으로 하여금 갈비집을 차리는 꿈까지 꾸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미확인 상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후에는 전국의 맛있는 먹거리들이 양가부모님께도 전해질 것으로 믿으며, 혹시 어쩌닾 남는 게 있으면 이 사람에게도 한 몫 돌아오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이 자리의 신랑 전보성군을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가르쳤습니다. 그 당시에 신랑 전보성군이 자기가 훗날 결혼하면 저보고 주례를 맡아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겼었는데, 5년의 세월이 흘러 그것이 현실화되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뿌듯한 감회를 가슴에 되새기며, 신랑 전보성군을 가르쳤던 훈장으로서, 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주례를 맡아 두 사람으로부터 혼인서약을 받은 사람으로서, 신랑, 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두 사람은 서로서로 상대방을 공경하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을 홀대하여서는 안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공경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어려워 할 줄 알아야 그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됩니다.
남을 존경하여야 내가 존경받는다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혈육인 부자지간에도 1촌의 촌수가 있는 데 비하여 부부간에는 촌수가 없습니다. 이는 그만큼 부부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뜻하지만,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먼 사이라는 뜻도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말 한 마디에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공경하고 고마워하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다음으로, 두 사람은 서로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수학공식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간에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이나 넷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왜 그러냐고 그 이유를 캐려 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법조문을 분석하듯, 구매상품을 고르듯, 따지고 캐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따라서 생각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애할 때는 공통점만 보이다가 결혼 후에는 차이점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연애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차이점이 그 콩깍지가 벗겨진 결혼생활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런 차이점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냐고 따지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다음의 詩句를 떠올리십시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당신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생겨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따뜻함으로 날 맞아주기 때문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다가가도
당신의 따뜻함으로 기다렸다는 듯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김은미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서)
그렇습니다. 서로의 가슴속에 가득 채워져 있는 따뜻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십시오. 視而不見하고 聽而不問하십시오.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따지고 캐묻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너그럽게 포용하고 감싸는 현명한 사람이 되라는 것을 새삼 부탁하고 싶습니다.
"잘 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식 한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고, 착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삼 년이 행복하고, 착하고 슬기로운 여자를 만나면 영원히 행복하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더욱 착하고 더욱 슬기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십시오.
결혼은 일방통행의 단독행위도 아니고, 마주보고 대립하는 계약도 아닙니다. 결혼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합동행위입니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를 두 사람 인생의 첫째 단계라 한다면, 오늘 이 순간부터는 그 인생의 둘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는 남편이 있기에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기에 남편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서로의 共同善을 추구하는 그러한 삶이 펼쳐져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 말 그대로 一心同體입니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너'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끝으로, 법정스님은 언젠가 주례를 서시면서 신랑신부에게 한 달에 두 권의 산문집과 한 권의 시집을 사서 볼 것을 숙제로 내주신 일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까지는 못 미쳐도 신랑신부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할 것을 숙제로 내주려고 합니다. 연애기간 동안에 이미 많은여행을 하였겠지만, 그것을 결혼 후에도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만의 여행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감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제 주례사를 마치면서 다소 주제넘기는 하지만, 양가의 부모님께도 한 말씀 올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양가의 부모님들은 오늘의 결혼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스런 며느리로서, 사랑스런 사위로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 며느리를 딸처럼, 그 사위를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십시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기에, 한 발짝 뒤에서 두 사람을 격려하고 지켜보시는, 더 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나가는 것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의 착한 마음씨와 빛나는 슬기로, 두 사람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 4. 16.
주례 민 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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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과 天上의 선녀
주 례 사
방금 사회자로부터 소개를 받은 주례입니다.
다른 해보다 다소 늦기는 하였으나,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어 가는 4월의 화창한 일요일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신랑, 신부에게 먼저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아울러 양쪽 집안의 어른들께도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 주기 위하여 어려운 걸음을 하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 및 양가의 婚主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모두 이곳 진주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친 후, 향학열에 불타 부모님 곁을 떠나 개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갔고, 거기서 螢雪의 功을 쌓아 마침내 신랑 박재영군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신부 정화경양은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참으로 의지의 젊은 한국인들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신랑 박재영군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에서 예비법조인으로서의 교육을 훌륭히 마치고 현재는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보기 드문 영재입니다.
이처럼 굳이 덧붙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두 사람은, 서울에서 힘든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부모님들이 계신 고향인 이곳 진주를 늘 생각하며 틈나는 대로 찾아왔고, 지난 해 가을 이곳 진양호반에 있는 “빨레트” 레스토랑에서 운명처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그래, 바로 이 사람이다. 니 모하다 이제야 나타났노?" 하며 사랑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고, 하얀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듯 그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비록 첫 만남으로부터 7개월만에 오늘의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그 7개월은 남들의 7년에 버금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만나던 날 삼천포와 고성에서 데이트를 한 후 헤어질 무렵에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는 우연이 결코 아니었고, 그 비를 피하라고 신부 정화경양이 신랑 박재영군에게 건네준 우산은 두 사람의 장래를 결정지어 준 造物主의 선물이었습니다. 천생연분이란 바로 이런 사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신부 정화경양은 신랑 박재영군이 지닌 법조인답지 않은 수수함과 적당한 자신감, 그리고 동향인으로서의 동질감 비슷한 투박함이 마음에 들었고, 신랑 박재영군은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신부 정화경양의 고운 심성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촌놈 박재영과 天上의 선녀 정화경이 서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입니다.
신랑 박재영군에게 신부가 미스 경남 출신일 정도로 群鷄一鶴의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데 그 건 마음에 들지 않았냐고 물으니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새삼 그런 말은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멋진 한 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의 신랑 박재영군을 사법연수원에서 1년 동안 가르쳤습니다. 제가 淺學非才하여 훈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랑 박재영군이 워낙 성실하게 제 가르침에 따랐던지라 주위의 동료들로부터 “영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王黨派라는 놀림까지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당시 신랑 박재영군이 자기가 훗날 결혼하면 저보고 주례를 맡아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겼었는데, 5년의 세월이 흘러 그것이 현실화되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니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
그 뿌듯한 감회를 가슴에 되새기며, 신랑 박재영군을 가르쳤던 훈장으로서, 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주례를 맡아 두 사람으로부터 혼인서약을 받은 사람으로서, 신랑, 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두 사람은 서로서로 상대방을 공경하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을 홀대하여서는 안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공경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어려워 할 줄 알아야 그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됩니다.
남을 존경하여야 내가 존경받는다는 것은 부부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혈육인 부자지간에도 1촌의 촌수가 있는 데 비하여 부부간에는 촌수가 없습니다. 이는 그만큼 부부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뜻하지만,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먼 사이라는 뜻도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말 한 마디에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공경하고 고마워하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다음으로, 두 사람은 서로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수학공식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간에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이나 넷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왜 그러냐고 그 이유를 캐려 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여야 합니다. 결혼생활은 법조문을 분석하듯, 문학작품을 고르듯, 따지고 캐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따라서 생각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애할 때는 공통점만 보이다가 결혼 후에는 차이점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연애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차이점이 그 콩깍지가 벗겨진 결혼생활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런 차이점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냐고 따지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다음의 詩句를 떠올리십시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당신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생겨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따뜻함으로 날 맞아주기 때문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다가가도
당신의 따뜻함으로 기다렸다는 듯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김은미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서)
그렇습니다. 서로의 가슴속에 가득 채워져 있는 따뜻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십시오. 視而不見하고 聽而不問하십시오.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따지고 캐묻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너그럽게 포용하고 감싸는 현명한 사람이 되라는 것을 새삼 부탁하고 싶습니다.
"잘 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식 한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고, 착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쁜 여자를 만나면 삼 년이 행복하고, 심성이 고운 여자를 만나면 영원히 행복하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더욱 착하고 더욱 슬기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십시오.
결혼은 일방통행의 단독행위도 아니고, 마주보고 대립하는 계약도 아닙니다. 결혼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합동행위입니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를 두 사람 인생의 첫째 단계라 한다면, 오늘 이 순간부터는 그 인생의 둘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는 남편이 있기에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기에 남편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서로의 共同善을 추구하는 그러한 삶이 펼쳐져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 말 그대로 一心同體입니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네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너'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끝으로, 법정스님은 언젠가 주례를 서시면서 신랑신부에게 한 달에 두 권의 산문집과 한 권의 시집을 사서 볼 것을 숙제로 내주신 일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까지는 못 미쳐도 신랑신부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할 것을 숙제로 내주려고 합니다. 연애기간 동안에 이미 많은여행을 하였겠지만, 그것을 결혼 후에도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만의 여행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감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제 주례사를 마치면서 다소 주제넘기는 하지만, 양가의 부모님께도 한 말씀 올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양가의 부모님들은 오늘의 결혼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스런 며느리로서, 사랑스런 사위로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 며느리를 딸처럼, 그 사위를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십시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기에, 한 발짝 뒤에서 두 사람을 격려하고 지켜보시는, 더 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나가는 것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의 착한 마음씨와 빛나는 슬기로, 두 사람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내빈 여러분께 신랑, 신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 4. 17.
주례 민 일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