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상첨화
2018.09.26 12:21
사흘 전 일요일(23일)은 추분, 그제 월요일(24일)은 추석이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정녕 가을이다.
그 가을답게 하늘이 맑고 푸르고,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정겹고 풍요롭다.
밤하늘은 어떤가.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밝다.
추월은 양명휘라고 했던가(秋月揚明輝). 시인의 말 그대로이다.
밤낮의 구분이 없다시피한 서울 같은 대처와는 달리
촌부가 있는 금당천변 우거의 주위는 밤이 되면 깜깜절벽이다.
덕분에 월광보살을 보기가 더 쉽고, 더 멋지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 같다.
옥상에 올라 그 달을 가까이하노라면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 아니던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허리춤에 술병을 꿰차고 예고 없이 불현듯 내방하는 붕우가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그래도 이십오현 가야금에 우리 소리 한 대목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실현 가능성도 없는데 촌부의 욕심은 가이 없다.
그게 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풍성한 가을밤의 정취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다.
문득 가요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 누가 만들었나 저 별과 달을
고요한 밤이 되면 살며시 찾아와....
하늘나라 저 멀리서 날 오라 반짝이네.
평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어서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과 북한 간의 제2차 정상회담도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될 것이라고 한다.
제발 말의 성찬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고대하는 건 촌부만이 아닐 것이다.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 아닌가.
북한에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완벽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개방적인 자유시장경제가 도입된다면,
평화통일의 길목에서 이보다 더한 금상첨화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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