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春(탐춘)
2018.12.14 14:37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杖藜踏破幾重雲(장려답파기중운)
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끝내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몇 겹의 구름만 헛되이 헤치고 다녔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아뿔싸,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중국 송(宋)나라의 戴益(대익)이 지은 시 “探春(탐춘. 봄을 찾아서)”이다.
봄이 왔다. 그래서 그 봄을 찾아 산속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 있는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매화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아뿔싸, 봄은 산속이 아니라 바로 그 매화나무 위에 이미 와 있었네그려. 그것도 모르고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니다니...
무릇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진리만이 아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은 멀리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오직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로 중국 당(唐)나라의 한 비구니가 읊은 오도송(悟道頌)이 있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芒鞋踏遍隴頭雲(망혜답편농두운)
歸來笑撚梅花嗅(귀래소연매화후)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온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네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가지를 당겨 향기 맡으니
아뿔싸,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2015년 작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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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텃골
2023.04.0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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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텃골
2023.04.03 06:58
저도 나이가 드는지
요즘은 먼곳의 절경보다 울집 뜰의 소박한 꽃들이 예쁘고
내곁의 가족과 지금 현재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소중하게 생각 됩니다.
행복이 뭐 별 건 가..
지금 이 상황을 고맙게 받아들이면
그게 행복이지..
ㅎㅎㅎㅎㅎ
근디 신문 보다 보면 꼴 보기 싫은 이상한 인간들
수두룩 하니 우짜면 좋죠? -
Daisy
2023.04.03 07:46
시대가 달라도 신분이 달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건 불변의 진리로군요.
아름다운 봄을 맞아서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가족과 친구들을 챙겨봐야겠습니다.
대단하져.
아름답고,
가슴을 후비는 사자후를 던지고.
어케 이리 절묘한 시를 지을 수 있을까여.
이런 시를 대할 때 마다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마주하게 되고여.
법관님 또한 시인 같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