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春(탐춘)

2018.12.14 14:37

우민거사 조회 수: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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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杖藜踏破幾重雲(장려답파기중운)

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끝내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몇 겹의 구름만 헛되이 헤치고 다녔네.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아뿔싸,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중국 송()나라의 戴益(대익)이 지은 시 探春(탐춘. 봄을 찾아서)”이다


   봄이 왔다. 그래서 그  봄을 찾아 산속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 있는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매화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아뿔싸, 봄은 산속이 아니라 바로 그 매화나무 위에 이미 와 있었네그려.  그것도 모르고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니다니...

 

    무릇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진리만이 아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은 멀리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오직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로 중국 당()나라의 한 비구니가 읊은 오도송(悟道頌)이 있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芒鞋踏遍隴頭雲(망혜답편농두운)

歸來笑撚梅花嗅(귀래소연매화후)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온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네

     돌아오는 길에 매화나무 가지를 당겨 향기 맡으니

     아뿔싸,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이미 와 있었네.

 

  *2015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