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人獨酌時(산인독작시)
2022.04.17 10:49
藥徑通幽窅(약경통유요)
蘿軒積雲霧(라헌적운무)
山人獨酌時(산인독작시)
復與飛花遇(부여비화우)
약초 길은 깊고 먼 곳으로 이어지고
담쟁이 올라간 처마에는 구름안개 쌓였구나
산에 사는 사람 홀로 앉아 술을 마시려니
꽃잎이 흩날리다 술잔 위로 떨어지누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쓴 “失題(실제)”라는 시이다.
글씨체는 금문(金文)
어느 가을날의 저녁이다.
약초 캐러 가는 길은 아득히 먼데,
고개를 들어 처마를 보니 담쟁이가 늘어진 위로
노을이 빛나고 구름이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다.
벼슬길에서 밀려나 머나먼 유배지의 산속에서 나 홀로 술잔을 기울이려니,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이 술잔 위로 떨어진다.
그래 너라도 벗을 하자꾸나.
***2022년 작